사우디 2030 월드컵 유치전 손 뗀다?

입력 2023-06-23 18:33 수정 2023-06-23 18:40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 계획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협력국에 전했다는 현지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스페인 스포츠 매체 마르카는 23일(한국시간)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이 협력국 그리스, 이집트 측에 월드컵 유치 의사를 철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는 연락을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대회 유치를 원하는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연합의 경쟁력을 세부적으로 가늠해본 결과 불리하겠다는 판단이 들어 유치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도 전날 “그리스와 사우디가 이집트와 공동 유치 계획을 철회하는 안을 논의했다”며 “2030 대회는 유럽이 국제적 행사를 열 순서라는 여론이 있어 스페인, 포르투갈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의 지휘 아래 국가 경제에서 석유 산업 비중을 낮추는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2030 월드컵 유치 역시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는 관측이 많았다.

빈 살만은 올해 초 그리스와 이집트에 월드컵 공동개최국이 되면 개최 비용 및 인프라 건설비를 전부 대겠다고 비공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그 대신 대회 기간 열릴 축구 경기 75%를 사우디에서 치러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사우디 관광부의 아흐마드 하티브 장관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리스, 이집트와 공동 유치를 고려 중이다. 우리의 제안이 최종적으로 선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우디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월드컵 개최권을 매수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빈 살만은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을 운영하며 사우디 프로리그 축구팀 알 나스르, 알 힐랄, 알 이티하드, 알 아흘리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팀은 최근 거액의 계약금을 주고 축구 스타들을 불러들였다. 알 나스르가 올해 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한 데 이어 알 이티하드도 이달 카림 벤제마와 은골로 캉테를 차례로 데려왔다.

하지만 지난 4월 이집트가 발을 빼면서 사우디가 그려왔던 월드컵 청사진도 틀어졌다. 그리스 매체 카티메리니는 “사우디가 이집트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며 “사우디 축구 지도자들이 최근 그리스와 공동 유치를 중단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2030 월드컵 유치전에 나선 국가 연맹은 이들 말고도 많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남미에선 우루과이·칠레·아르헨티나·파라과이 연합이 2030년 월드컵 공동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