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권순웅 목사)가 ‘여성안수’와 ‘여성사역자 지위 향상’ 사이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총회 지도부 등은 여성사역자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제도 보완에 관심이 있지만 총신대 여동문회를 중심으로 한 교단 내 여성사역자들은 여성안수 허락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예장합동 여성사역자지위향상 및 사역개발위원회(여성사역위원회·위원장 김학목 목사)가 23일 서울 강남구 총회회관에서 연 여성사역자 지위 향상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양측의 큰 온도 차가 드러났다.
예장합동 총회 안에서 여성안수 논의가 시작된 건 1994년 예장통합 총회가 여성안수를 허락한 뒤부터였다. 하지만 예장합동은 “여성안수가 성경적이지 않다”는 신학적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여성안수 허락을 위해서는 보수적인 신학적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간난신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이날 설교한 권순웅 총회장도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총회장은 “여성 사사인 드보라는 은사로 쓰임 받았는데 지금 여성사역자들도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교회의 유익을 위해 더욱 크게 쓰임 받길 바란다”면서 “남성과 여성 각자 잘할 분야가 있고 이를 통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총회장은 “교단 헌법이 있고 성경의 권위와 전통이 있는데 이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여성사역자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은사를 받아 불일 듯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 대신 ‘은사’를 따라 잘할 수 있는 걸 감당 하라는 조언이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고경태 주님의교회 목사도 여성 지위 향상에 방점을 찍었다. 고 목사는 “여성안수는 신학의 영역이고 지위 향상은 전략의 분야”라면서 “안수와 관련해서는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위 향상을 앞세워 안수를 다루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총회여성사역자위원회 자문위원 이광우 목사는 “‘여성은 돕는 배필’ ‘여자는 잠잠하라’ 등 신약에 등장하는 구절들을 문자 그대로 현대에 적용하는 건 무의미하다”면서 “이런 말이 나왔던 시대적 배경이 있을 뿐 이를 들어 여성들의 역할 자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안수를 반대하려면 신학과 실천의 일관성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이 목사는 “총신대 여성 이사와 교수를 당장 내보내고 교회 여전도사들도 즉각 해임하라”면서 “교회학교와 찬양대도 남성으로만 조직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더이상 여성을 받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편 여성사역위원회가 최근 예장합동 목사장로기도회와 총신대 신대원 홈커밍데이 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3.6%가 여성안수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 중에는 ‘사역의 전문성’ ‘남녀 평등’ ‘시대적 흐름’ ‘교역자 수급’ 등의 이유로 찬성했다. 여성안수를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정통 개혁주의 신학과 배치’ ‘교회 공감대 부족’ ‘제도적 준비 미흡’ ‘헌법에 위배’ ‘비성경적’ 등을 이유로 꼽았다.
장창일 조승현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