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세속에 물드는 교회와 학교다. 교회는 그저 종교의식을 치르는 공간이 되어가고, 학교 역시 그저 높은 연봉의 직업을 갖기 위한 취업 공장으로 전락했다. 이런 현실 속 미국의 신학자 J 리처드 미들턴(68) 박사는 하나님 창조의 결정체인 인간의 정체성 회복, 일상 속 소명의식 재정립을 그 해법으로 내걸었다.
미들턴 박사는 미 로버츠웨슬리안대학교 노스이스턴신학교에서 기독교 세계관과 성서 주해를 담당한다. 그는 지난 20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경북 포항 한동대학교(최도성 총장)에서 열린 기독교 고등교육 네트워크(INCHE) 콘퍼런스에서 주 강사로 나섰다. 그를 22일 학교에서 만났다. 통역은 신혜인 한동대 통번역대학원 객원교수가 도왔다.
미들턴 박사는 먼저 이번 콘퍼런스를 “신앙의 적용에 초점을 두고 기독 학자들에게 필요한 소명의식은 무엇이며, 어떻게 서로 연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자리여서 그 의미가 컸다”고 회고했다.
미들턴 박사는 이틀에 걸친 강연에서 “성스럽지만 거창한 종교 행위가 아닌 일상 속에서 소명 의식을 갖고 하나님의 형상을 나타내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우리가 세상에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는 방법은 ‘성스러운’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하나님이 창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학생들의 ‘멘토’가 돼준다면, 또 다른 학자들과 충실히 협업하면서 이 땅에 하나님의 임재가 충만하도록 만든다면, 우린 하나님의 고귀한 형상으로서 맡겨진 소명을 다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하나님의 몸 된 우리는 공동체로 모여 축복의 통로가 돼야 한다”며 “각 연구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초학문을 연구할 인재는 갈수록 줄고, 의과대학 쏠림 현상은 초등학교 사교육 현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이런 국내 현실에 대한 해법을 묻는 말에 미들턴 박사는 그럴수록 학교가 학생들에게 인간에 대한 이해, 세상을 품는 포용력을 교육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하나님 지으신 세상과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학생들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며 “원래 이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하지만, 요즘은 영성을 기르는 일에만 치우쳐 있어 학교에 그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 기독 대학이 먼저 책임감을 느끼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늘 ‘배워서 남 주자’고 외치는 한동대의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있었다. 미들턴 박사는 이를 높게 평가하며, “신자인 우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며 “우리 삶의 모습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이 우리 뒤에 계신 창조주를 바라보게끔, 하나님의 작품인 우리를 통해 하나님께 마음이 끌리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들턴 박사에게 청년의 때 기독 청년이 정립해야 할 가치관에 관해 물었다. 그는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의 의견에 귀를 열고, 포용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에 우선을 둬야 한다”고 답했다. 내가 아는 진리가 절대적이라 생각해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를 갖기보다는 하나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년들을 향해 “각자의 고통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하나님께 부르짖고 기도하면, 우리의 삶이 감사와 긍정으로 변화되는 걸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항(경북)=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