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이 국제배구연맹(FIVB)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주차 일정을 마치고 안방으로 돌아온다. 지난해부터 이 대회에서 20연패를 기록 중인 대표팀은 이제 수원으로 무대를 옮겨 첫 승을 노린다.
대표팀은 튀르키예에서 펼쳐진 1주차 4경기와 브라질에서 열린 2주차 4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8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0승 12패’ 수모를 당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20연패에 빠져있다.
8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가져온 세트는 단 한 세트에 불과하다. 대표팀은 직전 경기 독일전에서야 셧아웃 패배를 면했다. 1, 2세트를 내어준 뒤 극적으로 3세트를 따내면서 ‘무득 세트’라는 오명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하지만 이어진 4세트 역시 져 8전 전패 기록을 얻었다.
이 대회 16개 출전국 가운데 아직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대회 꼴찌 자리를 지키는 동안 세계랭킹은 23위에서 33위까지 추락했다.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부진이 예견되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해에도 한국은 VNL 12전 전패 굴욕을 맛봤다. 2018년 대회 출범 이래 전패팀이 나온 건 한국이 처음이었다. 승점 1이 주어지는 풀세트 패배조차 없었다. 지난해에 얻은 ‘승점 0’ 꼬리표는 2년째 대표팀을 따라다니고 있다.
16개 나라가 참가하고 있는 VNL은 ‘핵심팀’과 ‘도전팀’으로 출전 자격을 나눈다. 한국은 브라질, 튀르키예, 미국 등 10개 국가와 함께 핵심팀에 속한다. 도전팀 5개 나라 중 올해 VNL에서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은 대륙별 대표팀들이 경쟁하는 발리볼챌린저컵으로 강등된다. 한국은 출범 당시 2024년까지 핵심팀 자격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최근까지의 성적을 고려했을 때 그 이후 핵심팀 잔류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대표팀 어드바이저 김연경은 대회 출전에 앞서 “작년보단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누가 봐도 ‘발전하고 있다’라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남은 기회는 많지 않다. 한국으로 돌아온 대표팀은 27일부터 경기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3주차 일정을 소화한다. 27일 불가리아(랭킹 17위), 29일 도미니카공화국(랭킹 10위), 다음달 1일 중국(랭킹 5위), 2일 폴란드(랭킹 8위)를 연달아 상대한다. 모두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팀으로 고전이 예상되지만 모처럼 홈 팬들 앞에서 치르는 경기인 만큼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