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에게 빌린 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연뉴스]

입력 2023-06-23 14:42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족보다 더 친한 친구. 이런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친구가 다들 한 명씩은 있을 텐데요. 최근 교통사고를 당한 죽마고우의 죽음으로 슬픔이 크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이 여성은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상황 속에서 한 가지 고민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죽은 친구에게 1억을 빌렸는데 친구가 가족이 없어 돈을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23일 ‘죽은 친구에게 빌린 돈,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짧은 시간 아버지의 죽음에 이어 죽마고우의 죽음을 맞이해 비통하다는 30대 여성 A씨의 사연이었습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친구 B씨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났습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B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홀로 키웠지만, 아버지마저 B씨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B씨는 아버지 쪽 먼 친척이 돌봤습니다. 하지만 A씨 입장에서는 돌봄이 아니라 괴롭힘이었습니다. 이른바 소주방이라고 불리는 술집을 운영하던 친척은 B씨를 가게 쪽방에 살게 하면서 그에게 서빙, 요리, 청소 업무를 맡겼습니다.

두 친구가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던 겨울, B씨는 수신자 부담으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하다가 친척에게 맞은 B씨는 울먹이며 A씨와 통화를 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해 아버지와 둘이 살던 A씨는 친구의 사정을 아버지에게 전했고, 아버지와 함께 B씨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B씨의 친척이 A씨의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지만 A씨의 아버지는 친척이 친구를 데려가려는 것을 단호히 막았습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A씨의 아버지는 건설 일을 했던 터라 자주 집을 비웠던 상황이었는데 B씨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아버지의 걱정도 줄었습니다. A씨는 배려심 많던 B씨를 언니처럼 생각하며 가족같이 지냈습니다. 둘은 20살 때 함께 상경해 자취하며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A씨는 대학교에 다녔고, B씨는 미용학원에 다니며 네일아트 자격증을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둘은 A씨가 3년 전 결혼하기 전까지 계속 같이 살았습니다.

또 A씨는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를 언급하며, B씨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울던 친구”라고 전했습니다. A씨의 아버지 역시 B씨를 자식처럼 아꼈습니다. B씨의 미용학원 비용을 대신 내주고, 친구가 네일아트 매장을 시작할 때 보증금 2000만원을 보태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A씨는 결혼 후 살고 있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새로 이사할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때 사정을 알던 B씨는 흔쾌히 1억을 빌려줬습니다. 당시 친구는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며 편하게 쓰고 천천히 갚으라는 말을 했습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이렇게 애틋한 친구였던 B씨가 2달 전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친구는 A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A씨는 매일 그 아파트로 가 아버지와 친구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친구에게 빌린 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밝혔습니다.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족이라고는 뜸하게 연락하던 친척 동생 한 명만 왔을 뿐이었습니다. A씨는 친구가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빌린 돈을 줄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떠나간 친구를 위할 수 있을까요”라며 글을 마쳤습니다.

해당 사연에 많은 누리꾼은 너무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우정이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대부분은 ‘이미 두 친구는 가족이니 그 돈은 친구 장례를 치르는 데 쓰고, 남은 돈은 친구 기일을 챙기는 데 쓰면 된다’ ‘남자친구에게 주는 것은 친구가 바라는 일이 아닐 것’ ‘친구 이름으로 좋은 곳에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 ‘자기를 거둬준 것에 감사하는 친구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글쓴이는 그 돈으로 행복하게 살면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 명이나 보낸 A씨. 비통한 마음과는 별개로 친구에게 진 빚을 어떻게든 갚고 싶은 마음일 텐데요. A씨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방법이 있을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