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바다사자야!…100년만에 가거도 외출 [포착]

입력 2023-06-23 14:33
22일 오전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큰바다사자가 갯바위에 올라와 있다. 국제 멸종위기종인 큰바다사자가 서남해에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일본의 남획으로 국내 서남해 근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큰바다사자가 전남 신안 가거도에서 100여년 만에 포착됐다.

23일 가거도 주민과 신안군 등에 따르면 개체 수 감소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지난 22일 오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 포착됐다.

큰바다사자가 영해기점인 녹섬 갯바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당시 해상을 지나던 선장이 목격한 것이다.

22일 오전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큰바다사자가 갯바위에 올라와 있다. 연합뉴스

고경남 신안군 세계유산과장은 “큰바다사자는 1920년대 신안 가거도 부속섬 구굴도, 개린도에서 120여개체가 서식했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이 남획하면서 사라졌다”며 “가거도에서는 무려 100년만에 관찰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큰바다사자는 시베리아 연안, 캄차카반도, 베링해 등 북부 태평양 바다에서 서식하는 바다사자의 일종으로 수컷의 무게는 1t이 넘는다.

수심 110∼130m까지 잠수하며, 수중에서는 시속 25∼30㎞ 헤엄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태, 꽁치 등 어류와 새우, 조개, 소라 등이 주 먹이원이다.

22일 오전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큰바다사자가 갯바위에 올라와 있다. 연합뉴스

현재 국내에 큰바다사자 집단 서식지는 없다. 동해안과 울릉도, 독도 주변 해역, 제주도 등지에서 아주 드물게 관찰되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울릉도와 독도에 주로 서식했던 바다사자 ‘강치’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의해 남획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고, 결국 자취를 감췄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독도 강치를 포획하는 기록사진.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일본 기록에 따르면 1904년부터 1913년까지 1만4000여마리를 포획했고, 이후에는 개체 수가 급감해 연간 100~400마리 정도를 잡았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