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참전한 80대 국가유공자가 생활비가 없어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훔치다가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3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금정구의 한 마트에서 4월부터 5월 초까지 한 달여간 7차례에 걸쳐 젓갈, 참기름, 참치캔 등을 훔쳐 절도 혐의로 80대 후반 남성 A씨를 입건했다.
물건이 조금씩 없어진다는 마트 주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로 범행 장면을 확인하고 주소지를 파악해 A씨를 검거했다. A씨가 훔친 금액은 8만여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A씨는 “반찬 거리를 사야하는데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며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단순 생계형 절도범으로 보고 A씨에 대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가 6·25전쟁 참전 유공자인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1953년 전쟁 마지막 해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후 30여년간 선원 생활 등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번 돈은 가족들 생활비 등으로 쓰였으며 남은 돈은 거주하고 있는 주택 전세금이 전부고 그가 국가로부터 받는 수당 등 지원금은 60만원 정도로 직업이 없는 A씨가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현재 A씨의 자녀들은 독립했고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가족들과 연락이 뜸해지면서 혼자 노년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이 경미한 데다 생활 형편과 국가 유공 등을 고려해 A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국가에 헌신 했지만 생활고를 겪는 국가 유공자가 주위에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봉사에 나섰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나이가 들어 이가 약해지면서 밥을 드실 때 참기름이나 젓갈 등이 필요해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인데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2주 동안 부산보훈청에 협조를 요청해 부산진구 내 거주하는 국가 유공자 중 80세 이상 독거노인 15가구를 방문했다.
또 국가 유공자들 주거지 주위 방범 진단과 범죄 노출 환경을 파악해 예방과 함께 절도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예방 교육도 함께 하며 이들에게 감사 인사와 선물도 전달했다.
부산진 경찰서 관계자는 “다리에 총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한 분과 아내마저 지병으로 일어서는 것 조차 쉽지 않는 등 대부분 국가유공자들의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며 “적절한 돌봄과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산=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