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죽였다” 유엔, 러시아 ‘수치의 명단’에 올렸다

입력 2023-06-23 08:52 수정 2023-06-23 08:57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해 3월 5일 러시아의 폭격으로 무너진 다리 밑의 임시 통로에서 이르핀강을 건너려는 유아차를 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이 ‘수치의 명단’(list of shame)에 러시아를 포함시켰다. 러시아군을 향해 어린이들을 더 이상 공격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크라이나군 역시 어린이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연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공격을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에게 자행된 심각한 위반 건수가 많다는데 경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학교, 병원, 보호될 인력에 대한 공격이 많다는 점, 러시아 정부군, 부속 무장조직이 살해하거나 불구로 만든 어린이가 많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고서는 러시아군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군도 어린이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살해된 우크라이나 어린이 477명 가운데 136명은 러시아 정부군과 부속 무장조직, 80명은 우크라이나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를 입은 어린이는 총 909명인데 이 가운데 518명은 러시아 쪽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75명의 경우 우크라이나 쪽에 책임이 있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를 ‘수치의 명단’에 올림으로써 어린이를 겨냥한 끔찍한 위반의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를 지지했다.

HRW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수백명이 아파트 등 민간시설을 겨냥한 명백히 무차별적인 러시아의 공격에 살해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에 미리 배포됐다. 정식 발간은 다음 주에 이뤄진다.

보고서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민주콩고, 소말리아, 시리아, 아이티 등 분쟁지에서도 어린이에 대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