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와 ‘이순신해’를 함께” 역사 강사 제안에 국회 나섰다

입력 2023-06-23 07:26 수정 2023-06-23 07:28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이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해를 '이순신해'로 함께 표기하자는 제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황현필 한국사' 캡처

남해에 ‘이순신해(海)’라는 이름을 붙여 함께 사용하자는 ‘남해·이순신해 병행 표기’ 제안이 나왔다. ‘이순신해’라는 이름을 통해 임진왜란 당시 왜구에 맞서 남해에서 승리를 이끌어 낸 이순신 장군의 교훈과 정신을 기리자는 제안이다. 역사 강사 겸 유튜버의 제안에 정치권이 실제 특별법을 발의하고 나서면서 ‘이순신해’ 병행 표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이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해를 '이순신해'로 함께 표기하자는 제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황현필 한국사' 캡처

이같은 제안은 유명 역사 강사이자 역사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는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이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소장은 22일 유튜브에 ‘꿈같은 일, 시작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황 소장은 이 영상을 통해 “올 3월쯤에 국회의원들이 식사 자리를 갖자고 했다. 이순신 관련 도움을 달라고 했다”며 “이순신 기념관을 만들자, 이순신 로드를 만들자는 주장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황 소장은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목포부터 부산까지를 이순신해로 지정하자고 했더니 국회의원들이 굉장히 지지를 해줬다”고 전했다.

황 소장은 “이순신이 싸웠던 바다는 서쪽으로 진도 울둘목의 명량대첩, 동쪽으로는 부산포해전”이라며 “그러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남해 바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법적으로 남해는 해남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명량이 남해에 들어가지는 않는다”면서도 “명량대첩 이후 이순신이 목포 고하도에 가서 108일을 머물면서 판옥선을 다시 만들고 수군을 재건해냈기 때문에 영호남 화합의 상징일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이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해를 '이순신해'로 함께 표기하자는 제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황현필 한국사' 캡처

국회에서는 ‘남해의 이순신해 병행 표기 및 이순신기념사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순신특별법)’이 실제 발의됐다. 이 법안에는 57명의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는데, 국민의힘 소속 이명수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 등도 포함됐다.

황 소장은 “이순신해를 만드는데 여야가 싸울 필요가 있습니까. 모두 힘을 합쳐야죠”라며 “왜 우리는 이순신해를 못 만듭니까. 이순신해를 만들어서 후손들에게 이순신 정신을 계승시키고 세계에 이순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순신정신계승을 위한 의원모임 발족식과 세미나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의원실 제공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겹겹이 어려운 시대, 지금 이순신’ 세미나도 열렸다. 이순신정신계승포럼 준비위원회, 역사바로잡기연구소가 주관하고 이순신정신계승 국회 의원모임이 주최했다.

이순신정신계승을 위한 의원모임 준비위원을 맡고 있는 김승남 국회의원은 “남해의 이순신해 병행 표기 및 이순신기념사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순신특별법)을 57명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발의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남해를 ‘이순신해’로 병행 표기함으로써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일본에 맞서 우리 영해의 역사적 정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기희생과 헌신의 ‘이순신 정신’으로 국민적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행 표기를 제안했던 황 소장도 세미나에 참석해 ‘왜 이순신인가?’로 주제발표를 했다. 황 소장은 “이순신은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영웅이다. 모든 해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본인 역시 전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쟁에서 나라와 백성을 구한 것 외에 그를 존경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그의 애민정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에 동원된 이름 없는 노비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고 전사한 부하의 시신을 나룻배에 싣고 뱃사공을 붙여 비용을 내면서까지 장례를 치러 주었으며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적선을 불태우기 전 항상 조선인 포로가 있는지부터 살폈다”라며 “오늘날 대한민국 위정자들과 정치인들은 이순신의 애민정신을 배우고, 간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충렬 이순신정신계승포럼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당시 해전이 벌어졌던 목포에서 부산포까지 바다를 ‘이순신바다 지구’로 지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전적지 곳곳에 특색있는 기념사업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부재한 서울에 ‘이순신 기념관’을 설치해 역사·문화 부문의 브랜드를 높이고 국민통합을 상징할 수 있는 테마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순신장군 순례길’ 건설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강훈식·김승남·김영진·김영호·위성곤·민병덕·민형배·박성준·박영순·윤재갑·이용빈·허종식(이상 민주당), 이명수(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이순신 정신계승을 위한 의원모임에는 여야 의원 57명이 가입돼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