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데 더 몰입” 페북 달군 이재철 목사의 이중직 발언

입력 2023-06-22 18:45
이재철 전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2일 광주시 물댄동산교회에서 한 특강 발언이 이중직 목회에 대한 온라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캡처


이재철 전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의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발언이 한국교회의 역린을 건드린 모양새다. 22일 페이스북 등 SNS에는 이 목사가 이중직을 하는 목사를 돈에 연연하는 것으로 싸잡아 비판했다는 식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중직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들의 날선 반응도 적지 않았다. 상당수 목사가 이중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이나 선교적 의미에서의 이중직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논쟁을 일으킨 발언은 지난 12일 광주시 물댄동산교회(김용귀 목사)가 개최한 목회자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 목사는 이날 ‘어떤 목사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목회자는 교인과 다르게 신앙생활에서 프로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를 대통령, 의사와 더불어 수습이 기간 없어야 할 직종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중직 목회로 넘어갔다.

“제가 젊은 목회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근래 가장 많이 보던 질문이 ‘이중직을 가져도 좋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진보적인 기독교 신문에서는 그건 할 수 있다고 다 스스로 허락했습니다. 여러분 추신수라는 야구 선수가 있는데, 이 추신수 선수가 부산에서 고등학교 야구 선수로 졸업을 한 다음에 한국의 실업팀들이 오퍼를 했지만 자기의 어떤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갔습니다. 한국 고등학교라고 선수 출신을 누가 받아 줍니까. 그래서 제가 알기로는 한 7년, 8년 동안 3군에서 시작해서 2군에도 있었는데 그 기간에 햄버거만 먹고 살았습니다.

여러분 만약에 그때 추신수 선수가 ‘나 이중직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나흘은 야구장 가서 야구하고 사흘은 아르바이트하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좀 여유 있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다고 쳐봅시다. 그런 생각을 만약에 추신수 선수가 했더라면 오늘날 추신수가 존재하겠습니까. 자기 기량을 더 높이기 위해 프로야구 선수도 그렇게 치열하게 미래를 위해 자기를 가꾸는데, 목사는 더 해야 합니다. 목사는 프로야구 선수보다 더 프로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더 몰입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는 세속직을 가지라고 권합니다. 목사에게 있어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자립입니다. 경제적인 자립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데요. 그 경제적인 자립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데, 내가 처자식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얼마 만큼의 돈을 내가 벌어들이는 능력을 경제적 자립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는 그걸 자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성경적으로 경제적인 자립은요. 내게 얼마가 주어지던 내게 주어진 경제적인 여건에 나를 맞추는 겁니다. 그게 경제적인 자립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지 않으면요. 여러분들이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십시오. 그러면 나머지는 하나님이 책임져 주십니다. 절대로 여러분의 마음을 담아서 설교할 수가 없습니다.”

이 목사의 발언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적지 않게 파장을 일으켰다.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직업인 목회자가 프로보다 더 프로다워야 한다는 말씀이 큰 도전이 된다” “현실적으로 목회에 집중하지 못하는 목회자들에게 대한 염려로 이해된다” 등 의견으로 이 목사 발언에 공감하는 반응도 있었다. 목회자 본연의 모습을 잃지 말자는 취지로 받아들인 이들이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은 이 목사의 발언에 발끈했다. 과거와 달라진 목회 상황과 각자의 형편을 간과한 채 이중직을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폄훼한 것 같아 불편하다거나 작은 교회나 개척 교회 현실을 모른다는 항변이다. 이중직 목회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더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튜브 채널 ‘엠마오 연구소’를 운영하는 차성진 목사는 ‘이중직에 대한 이재철 목사님의 말씀에 대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이중직은 먹고 살기 위해서 한다기보다는 정말 목사답게 목회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엠마오 연구소’를 운영하는 차성진 목사가 이재철 목사의 최근 발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 목사가 예로 든 야구선수 추신수와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운동에만 ‘올인’했다가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뒤 나쁜 길로 빠진 이들도 있다며 “목회에 올인하는 일부 교역자가 이와 상당히 비슷한 일을 겪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신앙과 목회 소신을 지켜보려고 발버둥친 결과가 이중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중직은 오히려 선배 (목사)로서 박수쳐 주셔야 할 일 아닐까. 정말 이중직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차 목사의 영상에는 하루가 되지 않아 2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이중직 경험이 있거나 현재 이중직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은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위해 이중직을 택한 것이 아니다” “교회가 사례비를 줄 형편이 안되니 혹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니 이중직으로 떠밀린 것” 등의 반응을 남겼다.

한 이중직 목회자는 “목회 사역만 올인한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많이 느낀다. 목회만 하고 세상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오히려 괴물이 되어가는 사역자들을 많이 봤다”며 “이중직을 한다고 해서 다 돈에 미쳐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목사가 일한다 하면 왜 다들 맘몬신에게 영혼을 판 사람처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를 지낸 박영돈 작은목자들교회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날 너무도 달라진 목회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남긴 글에는 16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박 목사는 “그(이재철 목사)는 훌륭한 목회자의 자질을 갖추고 투철한 사명감에 사로잡혀 목회에 헌신했지만, 기본적인 생계마저 보장되지 않는 처절한 현실에 내몰리는 수많은 목사의 고충과 비애에 대한 깊은 공감력이 떨어지는 듯하다. 많은 목사에게 이중직이란 택배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정도이니, 일하며 복음 사역을 한 바울을 본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고 낙심치 않고 꿋꿋하게 교인들을 섬기는 이들이 오히려 진정한 프로 정신이 더 투철한 사람일 것”이라고 썼다.

박영돈 작은목자들교회 목사가 이재철 목사의 이중직 목회와 관련한 발언에 쓴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캡처


사귐의교회 강정규 목사도 “이중직 목회자로서의 성공은 이중직을 탈출하여 목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도 늘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평생 이중직을 하면서 살아도 주어진 목양을 위한 최선으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 목사의 발언으로 시작된 온라인 논쟁이 과열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공유한 차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목사님이 이중직을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점은 한번 생각해 보고 시작하면 좋겠다’ 정도로 얘기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많은 분이 이 목사님의 발언에 너무 필요 이상으로 비난만 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이중직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 목사님의 발언은 단순히 이중직 반대가 아니라 목회의 진실한 의미와 본질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다들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로고스서원의 김기현 목사는 페이스북에 “이재철 목사님의 한두 면만 보고 전부를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이재철 목사님도 젊은 후배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썼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