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한국 18년째 3058명… 독일은 “증원만 5000명”

입력 2023-06-22 18:31 수정 2023-06-22 18:33
토마스 슈테펜 독일 연방보건부 차관.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독일이 1만명이 훌쩍 넘는 의대 정원을 연내 5000명 이상 증원할 예정이다. 고령화와 지방 의사 부족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의대 교육비는 주 정부가 부담하는데, 비용 부담이 커지더라도 의사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의사 단체의 반발로 20년 가까이 의대 정원이 묶여있는 한국 사정과 극명히 대비된다.

토마스 슈테펜 독일 연방보건부 차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베를린 청사에서 열린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의 면담에서 “인구 고령화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해졌다”며 “독일은 연내 의사를 5000명 더 늘리기로 (의료계 등과) 합의했고, 추가적인 증원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연방보건부에 따르면 독일은 2018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2%씩 늘려왔다. 지난해 기준 의대 정원은 1만1752명인데, 여기에 약 43%를 확대한 5000명 이상을 증원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도 베를린이 위치한 브란덴부르크주는 의대 2곳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의대 정원이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한국 임상 의사 수는 2.5명(한의사 포함)으로 독일(4.5명)의 절반가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에도 훨씬 못 미친다. 반면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평균(5.9회)보다 2.5배가량 많다. 의료 수요 대비 의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독일의 의대 정원 확대는 칼 라우터바흐 연방보건부 장관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한다. 라우터바흐 장관은 올해 초 “정원을 5000명 늘리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베이비붐 세대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며 주 정부 예산 편성을 강력히 요청했다.

지역 의료 시스템이 흔들리는 점도 의대 정원 확내 논의에 불을 붙였다. 슈테펜 차관도 “지방에는 의사가 없다. 도시에서 지방으로 의사가 가도록 해야 하는데, 억지로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현재 9개 주에서 의대생의 10%를 의료 소외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할당제도를 시행 중이다.

정원 확대에 대한 의사들 반발은 없었는지를 묻자 슈테펜 차관은 “반대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독일병원의사조합 ‘마부르크 분트’는 “현재의 1만명으로는 의료시스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지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다만 독일은 의대 졸업 후 유럽연합(EU) 국가로의 이동이 자유로워 이탈이 많다는 특징도 있다. 이 차관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독일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베를린=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