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의 칼, 국보 승격된다

입력 2023-06-22 18:18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이순신 유물 일괄' 가운데 칼 한 쌍을 '이순신 장도(長刀·긴 칼)'라는 명칭으로 국보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22일 예고했다. 문화재청 제공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1598)이 전쟁 당시 사용했던 칼 한 쌍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이순신 유물 일괄’ 가운데 칼 한 쌍을 ‘이순신 장도(長刀)’라는 명칭으로 국보 지정할 예정이라고 22일 예고했다.

이순신 장도는 길이가 약 2m에 달하고,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두 자루가 한 쌍으로 각각 칼집을 갖추고 있다.

칼날에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엿보인다.

칼 하나의 위쪽 부분에는 이순신 장군이 직접 지은 시구인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또 다른 칼에는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라는 시구가 새겨져 있다. 두 문구 모두 이순신 장군의 행적과 일화 등을 망라한 유고 전집 ‘이충무공전서’(1795)에 있는 기록과 일치한다.

칼자루에는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칼은 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것으로, 갑오년은 임진왜란 중이던 1594년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이순신 장도가 전쟁 당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충무공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칼날에 새겨진 시구는 ‘이충무공전서’ 기록과 일치하고 제작연대와 제작자가 분명하다. 제작 기술과 예술성 역시 우수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문서에는 후손들이 칼을 보관해왔다는 기록이 있는데, 제작 시기를 고려하면 약 200년간 가문에서 보관한 셈”이라며 이순신 장군의 유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화재청은 국보 지정 예고와 함께 기존의 '이순신 유물 일괄'에는 요대(腰帶·허리띠)를 보관하는 함을 추가한다고 22일 예고했다. 문화재청 제공

이순신 장도가 국보로 승격되면서 보물 ‘이순신 유물 일괄’에서는 빠진다. 대신 요대(腰帶·허리띠)를 보관하는 함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이순신 유물 일괄’은 갓 위를 장식하는 옥공예품인 옥로 1구, 허리띠인 요대와 보관함 각 1건,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 등으로 구성된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