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는 길고 페어웨이 폭은 개미허리’
22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개막한 코오롱 한국오픈(총상금 14억 원) 코스 세팅 컨셉트다. 하지만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그러한 세팅을 무색케한 스코어가 나왔다.
주인공은 재미동포 한승수(37·하나금융그룹)다. 올해로 KPGA코리안투어서 7년째 활동중인 한승수는 대부분 선수들이 혀를 내두른 코스 세팅에도 불구하고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6개를 잡아 5언더파 66타를 쳐 선두에 자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한승수의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이다. 대회 코스는 페어웨이 폭을 10∼25m로 줄이고 A컷 85㎜, B컷 100㎜의 깊은 러프로 세팅했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승수도 그 의도에 부응하듯 페어웨이 안착률이 14.2%에 불과했다.
그런데 스코어는 정반대 결과였다. 경기를 마친 뒤 한승수는 “페어웨이는 벗어났어도 다행히 러프가 그리 길지 않은 곳에 공이 떨어져 다음 샷을 하기엔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선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페어웨이가 워낙 좁아서 아무리 정확하게 치는 선수라도 페어웨이에 떨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예 페어웨이에 꼭 떨구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게 좋을 듯하다”고 했다.
한승수는 “이 코스에서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인내심과 쇼트게임”이라며 “타수를 줄이기보다는 쇼트게임을 통해 가능하면 타수를 잃지 말고 (0버디) 기회가 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남은 사흘간도 그렇게 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서 활동하다 국내로 유턴한 한승수는 2020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승을 거뒀다. 만약 이번 대회서 3년여만에 통산 2승에 성공하면 우승 상금 5억 원과 5년간 시드, 디오픈 출전권이 보너스로 받게 된다.
대회 2연패 도전에 나선 김민규(22·CJ)는 보기 2개에 버디 4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쳤다. 선두와는 3타 차이여서 타이틀 방어를 위한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셈이다.
김민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어서 만족한다. 페어웨이가 좁아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쉽지 않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남은 사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니어시절부터 우정힐스에서 기량을 연마해 대회 코스가 홈코스나 다름없는 함정우(29·하나금융그룹), PGA투어와 JGTO투어서 활동한 박성준(37), ‘괴짜골퍼’허인회(36·금강주택)이 김민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서 활동하는 이언 스니먼(남아공)이 보기 1개에 버디 4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쳐 선두 한승수를 2타차로 압박했다.
올 시즌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경(24·CJ)은 보기 2개에 버디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기록해 시즌 2승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재경은 1번과 2번홀(이상 파4) 3퍼트 보기가 뼈아팠다.
일본에서 KPGA코리안투어와 JGTO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 양지호(33)는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2개를 범해 1오버파 72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천안=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