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더럽게 못치네” 경고?…이렇게 해결하세요

입력 2023-06-23 00:02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게시된 경고문. 저녁에 피아노를 치는 이웃 주민에게 같은 일이 반복되면 신고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한 아파트 주민이 저녁 시간 피아노를 치는 이웃 주민에게 “더럽게 못친다”며 비난하는 경고문을 남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전문가는 갈등을 빚을 수 있는 감정적인 대응 대신 아파트 관리소나 공적인 기구를 통해 사태 해결을 도모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느 아파트 주민이 엘리베이터에 붙인 경고문 사진이 올라왔다.

경고문 상단에는 빨간 글씨로 ‘저녁 시간에 피아노 치는 행위를 삼가세요’라고 적혀있다.

글쓴이는 “정말 죄송하지만 아이가 치는 것인지는 모르겠고 더럽게 못 칩니다.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프로로 데뷔할 실력은 전혀 아닌 것 같네요”라며 운을 뗐다.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게시된 경고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이어 “아무 건반이나 뚱땅거리는 소리를 퇴근하고 돌아와서 8시부터 10시30분 사이에 들어야 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글쓴이는 “해당 세대는 양심과 입이 있으면 저녁에는 피아노 치는 행위가 남들에게는 민폐라는 것을 자기 자식한테 이야기해 달라”며 “부모에게는 자식이 자라는 기쁨이겠지만 남들에게는 그저 쉼을 방해하는 소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후 들리는 소음은 데시벨 측정 후 환경부 및 경찰 신고 조치 취하겠다”며 “판례에 따른 배상금은 50~100만원쯤이라고 한다. 매번 들릴 때마다 신고하겠다”는 경고로 글을 마쳤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일부 누리꾼은 “두 시간 넘게 듣고 있으면 병 걸리겠네” “시간이 늦긴 했다. 나 같아도 신경 쓰이겠다” “조성진, 임윤찬도 집에서 (피아노) 안 친다” “주말에는 좀 쉬어야지” “얼마나 화가 나면 그랬겠냐” 등의 공감 댓글을 남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반면 “더럽게 못 친다니, 도발하는 거냐” “예의가 없어 보여 반감만 살 듯” “피아노 전공했다고 남을 평가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본인은 처음부터 잘 쳤나” “9시까지는 봐주자” 등 글쓴이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층간소음 전문가인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피아노 소리 때문에 편히 쉬어야 할 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아노 소리를 ‘소리’가 아닌 ‘소음’으로 듣는 순간 스트레스 수준을 넘어서게 되고, 심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아노 소리는 기체를 통해 전달되는 ‘공기전달음’에 해당하는데, 소음을 5분 동안 측정했을 때 주간 45dBA, 야간 40dBA를 초과하면 층간소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dBA란 사람의 청감(聽感)을 반영한 기준으로, 사람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 수준을 말한다.

차 소장은 이 같은 피아노 소리로 인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간접 대응’을 제시했다. 그는 “피아노의 경우 발걸음 소리 등과 달리 소음원의 위치가 분명하다. 따라서 본인이 직접 대면하기보단 아파트 관리소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피아노 소리로 인해 여러 가구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서명을 받는다거나 아파트 내 방송을 통해 공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