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사학이 공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기독사학 관계자들은 교육과정에 건학이념을 반영하지 못하고 교원 채용시 교육청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부 요인으로 건학이념을 구현하지 못했던 구체적 사례를 앞세워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법학회(이사장 소강석 목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기독교사학의 자율성 회복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제31회 학술세미나에서다.
첫 발제자로 나선 박상진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평준화는 건학이념이나 재단의 재산 상태, 시설이 같을 수 없는 학교를 동일하게 만들려는 시도”라며 “이로 인해 사학은 건학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고 자생력도 덩달아 잃었다”고 지적했다.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 ‘개정사학법’도 기독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문제로 거론됐다. 해당 개정안은 사립학교 교원임용 필기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사 선발에 대한 교육청 공문도 기독사학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기독사학 명지고(노태윤 교장)는 지난달 신규 교사 채용 과정(학교 소속 기간제 교사가 응시한 경우)에서 학교 관계자를 평가위원에서 배제하라는 서울시 교육청 공문을 받았다. 공문엔 1단계(서류) 2단계(시강·면접) 등 모든 채용 과정에 출제·평가 위원 3명 중 1명을 외부 인사로 구성하라는 지시 사항도 있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에서 교회 봉사 등 신앙 관련 질문을 하면 사실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화 명지고 교목실장은 “교회 출석 여부는커녕 지원자가 이단인지조차 검증할 수 없다”며 “학교 교육이념을 공유하는 인재를 선발하고 싶어도 선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개탄했다. 김 교목실장에 따르면 명지고는 내년 인사를 보류 중이다.
박 교수는 “기독교 사립학교는 종교교육을 견인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현실을 인정하고 고려해 판시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과정 편성권과 교원임용권 등 건학이념을 구현하지 못하는 구체적 상황을 바탕으로 자율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교육통계연보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을 종합하면 전체 기독교 사립학교는 468개교에 달한다. 기독사학은 종교계 사립학교 중 65%를 차지한다. 전체 종교계 사립학교 가운데 천주교 사립학교는 91개교(13%) 불교 39개교(5%) 기타 120개교(17%)다.
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