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으로 재미봤는데…한숨 쉬는 美 기업들

입력 2023-06-22 17:28

미국의 멕시칸 음식 패스트푸드 기업인 ‘치폴레멕시칸그릴’이 올해 초 내놓은 새 메뉴 ‘키사디야’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키사디야는 틱톡에서 활동하는 요리 인플루언서가 멕시코 전통음식인 ‘퀘사디야’에 자신이 만든 소스를 넣어 변형한 것이다.

이 인플루언서는 키사디야를 직접 먹는 장면을 자신의 틱톡에 올렸고, 틱톡 유저들 사이에 영상의 인기가 폭발하며 키사디야는 불티나게 팔렸다. 치폴레멕시칸그릴은 키사디야를 영구 메뉴로 지정하고 마켓팅 제1대상으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갑자기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미국 상·하원에 틱톡 영구 금지법안이 상정됐고,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바이트댄스의 틱톡이 중국산 소셜미디어로 미국인의 개인정보와 다양한 데이타를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빼내가고 있다는 판단에 민주당·공화당을 막론한 미국 정치권이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1일(현지시간) “많은 미국 기업들이 틱톡 리스크의 볼모가 되고 있다”는 제목을 기사를 게재했다. 틱톡을 통해 고객들의 소비 성향과 트렌드를 읽고 제품 주기와 테스트 분석, 제품 차별화 전략 등을 짜내온 미국 기업들이 앞으로는 이 소셜미디어를 아예 이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주로 젊은 층이 사용하는 틱톡은 인스타그램과 함께 기업들에겐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10·20·30대의 선호도를 읽어내는데 필수적인 ‘테스트베드(testbad)’ 역할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품 개발 방향을 이 선호에 맞게 정하고 연구·개발(R&D), 투자의 향배를 결정하는데도 주요 지침처럼 작용하기도 했다.

젊은 고객층을 선점해야 하는 B2C(Business To Customer·온라인을 통한 직접판매) 화장품·패스트패션기업들의 타격은 특히 두드러진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회사 애버크롬비앤피치의 코리 로빈슨 대표생산책임자(CPO)는 WSJ와의 접촉에서 “아마 모든 미국 디자이너와 판매자들은 틱톡을 통해 트렌드를 살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패션기업 에디키티드 CEO는 “틱독은 우리 업계에선 연구실과도 같았다”고 했다.

WSJ은 “아직 전면금지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지만, 틱톡에 대한 미국사회의 거부감은 일반화되는 분위기”라며 “전초전에 불과한 상황에도 상당수의 미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