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동남아에서 K패션 인기 급성장…현지화 브랜딩·중국과 경쟁이 관건

입력 2023-06-22 16:48
쇼피 대만의 여성 패션 카테고리 갈무리 화면. 쇼피코리아 제공

동남아시아에서 K패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K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스타들이 일등 공신이다. 다양한 디자인과 스타일, 높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 등 K패션의 경쟁력 또한 동남아 소비자에게 통했다. K패션은 이커머스 플랫폼과 리셀을 통해 동남아 지역에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과 동남아시아 지역 기반 쇼핑 플랫폼 ‘쇼피코리아’는 지난해 K패션 주문량이 한국 셀러가 진출하기 시작한 2019년보다 10배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쇼피코리아는 대만과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최대 규모 이커머스 기업이다.

동남아에서 K패션에 특히 열광하는 나라는 싱가포르와 대만이다. 쇼피코리아에 입점한 한국 패션 브랜드 매출의 80%는 싱가포르와 대만에서 나오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에서 성장세도 눈에 띈다. 지난해 태국에서 K패션 성장률은 2021년보다 10배 이상, 베트남에서는 5배 이상 증가했다.

인기 아이템은 나라마다 다르다. 싱가포르에서는 의류뿐 아니라 액세서리, 가방, 신발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대만에서의 매출은 남녀 의류 중심이다.

동남아 지역에서 K패션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들이 K패션을 선호하는 이유는 가방·의류·신발 등 다양한 상품군과 여러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내놓고, 한류 스타들이 광고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스탠드오일’은 한류 스타들이 착용했던 가방으로 동남아 출시 전부터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스탠드오일은 지난 2월 쇼피 태국에 입점해 3개월 만에 주문량이 8배 증가했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커버낫’은 2019년 쇼피 입점 후 매출이 연평균 86% 상승했다.

리셀 부문에서도 K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쇼피에 입점하지 않았으나 리셀러들이 한국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쇼피에 따르면 최근 K패션 매출의 절반은 리셀러를 통해서 나온다. K패션 리셀러 ‘수스토어샵’은 쇼피 입점 후 3년 동안 주문량과 매출이 30배 이상 상승했다.

K패션이 떠오르고 있다 해도 동남아 지역은 만만찮은 시장이다. 기능성으로 차별화한 K뷰티와 달리 K패션만의 기술적 경쟁력을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가성비 높은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도 치열하다. 쇼피코리아는 K패션이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려면 차별화된 ‘현지 브랜딩’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은 “동남아와 대만 시장에서 K패션 수요가 높은 편이지만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와 아이템이 부족하다”며 “현지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잘 활용한다면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충분히 공략할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