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부터 다르네···신학대 최초 ‘생성형 AI활용 가이드 라인’

입력 2023-06-22 16:35
아신대가 신학대 최초로 발표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 라인’은 기독교 인재상을 바탕으로 이를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드저니

대학 캠퍼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대한 대응이 한창인 가운데 아신대학교(ACTS·총장 정홍열)가 22일 국내 신학대로는 처음으로 ‘교수·학습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올초 국내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챗GPT를 활용한 강의, 무단복제 방지 지침, 윤리강령 등을 마련했지만 신학대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가이드 라인이 발표되기는 처음이다.

이수인 ACTS 교육혁신센터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습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기독교 인재상을 바탕으로 기술적, 윤리적 활용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발표된 가이드 라인에는 5가지 핵심 키워드(정직과 책임성, 지성, 다양성, 창의성, 공공성)에 기독교적 인재상이 담긴 생성형 AI 활용 방안이 제시돼 있다. 가이드 라인의 첫 줄에서 ‘ACTS의 모든 구성원들은 하나님 앞에(Coram deo) 서 있음을 자각하며, 하나님과 사람들 보시기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간다’고 명시한 것부터 신학대의 본질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학습 제시 방안은 교수자와 학습자로 나눠 구성했다. 교수자에게는 ‘생성형 AI가 제공한 정보나 내용을 활용할 경우 출처를 명확히 표시하게 할 것’ ‘현장 프로젝트, 구두 발표, 인터뷰 및 설문조사 등 다양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 공정성을 확립할 것’ 등이 권고됐다. 학습자에게는 ‘생성형 AI로 얻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것’ ‘생성형 AI가 대학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개선된 교육 과정과 평가에 성실하게 참여할 것’ 등이 반영됐다.

앞서 대응에 나선 국내외 대학들은 학생들이 챗GPT로 대체할 수 없는 탐구 정신을 발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한 대학은 최근 트렌드와 관련한 인터뷰와 조사 결과를 과제물에 반영하도록 했다. 현재 챗GPT에 탑재된 언어 모델(GPT-3.5)은 2021년 9월까지 수집된 데이터 값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최근 1~2년 사이 트렌드에 대해선 올바른 답변을 받을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공대의 경우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토론 문화에서 유래한 구술시험을 도입하고 최근 3년간 7000여건의 시험을 실시한 결과 부정행위가 줄고 학업 성취도가 올라갔다는 연구 내용을 국립과학재단(NSF)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신학대의 경우 지식의 함양이나 부정행위 방지 수준에 그치지 않고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이 가이드 라인에 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며 “ACTS의 가이드 라인이 신학대는 물론 한국교회가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