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 문화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에 친환경차 DNA를 심는 것이다. 전기차 경쟁력은 일본차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2일 일본 도쿄에서 현지 콘텐츠 기업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과 무공해 차량(ZEV) 라이프스타일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CC는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철학으로 혁신의 아이콘이 된 츠타야 서점 등을 운영하는 회사다. 협약식에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다카하시 야스노리 CCC 사장을 비롯한 두 회사의 주요 관계자와 현지 미디어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두 회사의 기업 철학에 내포된 ‘사람 중심’이라는 비전에 서로 공감하면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ZEV 시대에 맞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CCC가 도쿄 다이칸야마에 세운 티사이트(T-SITE)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모션(MOCEAN)을 운영한다. 티사이트는 츠타야 서점 등을 중심으로 한 복합 라이프스타일 상업시설이다.
또 두 회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ZEV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차량 데이터, CCC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객이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는 ‘EV 체험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의 모빌리티 역량과 CCC의 콘텐츠 역량이 결합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아세안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현대차는 현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지역 복합 거점에도 CCC와 함께 새로운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공간을 구축하고 관련 콘텐츠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장 사장은 “모빌리티 기업과 콘텐츠 기업의 협업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는 CCC와 함께 현대차가 추구하는 ZEV 문화를 확산시켜 차별화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일본시장에서 완전 철수한 지 12년 만인 지난해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쏘 등 친환경차를 들고 재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난공불락’ 일본에서 출범 첫 해 자동차 524대만을 판매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