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전 침몰한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보기 위해 심해로 내려갔던 잠수정이 대서양에서 실종된 지 나흘째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잠수정 운영사는 탑승객들에게 사망 시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작가이자 제작자인 마이크 리스(63)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잠수정 ‘타이탄’을 타고 타이태닉호를 관광한 리스는 “서명한 면책서류의 첫 장에만 ‘사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다”고 전했다.
WSJ이 확인한 면책서류에는 “잠수정 탑승 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사망도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특히 면책서류에는 “여덟 가지 방식으로 사망이나 전신 불구가 될 수 있다” “이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탑승객들은 극단적인 내용이 면책서류에 포함됐는데도 오션게이트의 안전성을 믿고 서명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잠수정 탑승객 중엔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잠수정의 안전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전문가들뿐 아니라 오션게이트 내부에서도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오션게이트에 탑승자 보호를 위해 전문 기관의 감독하에 시제품을 테스트하라고 권고했지만, 오션게이트는 이를 무시했다. 오션게이트가 책임 회피를 위해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면책서류에 적시한 뒤 탑승객의 서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NYT는 이날 미국 해안경비대가 이틀 연속 수중 소음을 탐지했으며, 주변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수색팀은 실종 해역에 설치한 음파탐지기에서 ‘쾅쾅’치는 소리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수중 소음이 잠수정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의 칼 하츠필드 선임 국장은 해양 동물도 인간이 만드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색팀은 녹음된 수중 소음을 전문가에게 전달해 실종된 잠수정에서 발생한 소음인지 여부를 분석 중이다. 수색대장 제이미 프레드릭은 “현재 수색팀의 임무는 100% 구조 활동”이라며 “(구조 활동 종료를 놓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잠수정에 남아있는 산소는 20시간 분량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데이비드 콘필드 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탑승객들이 깊은 호흡을 자제하며 산소를 아꼈다면 최대 9시간 가량의 산소가 추가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