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같은 ‘A학점’인데 환산점수 왜 달라?…국민의힘, 대학 ‘공정학점’ 추진

입력 2023-06-22 09:59 수정 2023-06-22 10:31

“우리 학교에서 4.2 받아도 백분위 전환하면 다른 학교 3.9 정도밖에 안 나온다. 우리 학교 뭐하냐.”

한 지방대의 온라인 익명게시판에 지난 2021년 5월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대학마다 ‘학점의 백분위 환산점수(GPA)’ 환산식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문제는 2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GPA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 대학원 진학이나 편입·유학·취업에 반영되는 중요한 지표다. GPA를 사용하는 이유는 대학마다 학점 만점이 4.0이나 4.3, 4.5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마다 GPA를 도출하는 환산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심지어 학점 만점 기준이 같은 대학끼리도 환산식이 각기 다른 실정이다.

취업준비생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 참석해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지훈 기자

대학생들은 이를 ‘불공정’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학점 만점 기준이 4.3으로 동일한 대학들 가운데서도, 졸업 평균 학점 4.0을 GPA로 환산하면 경희대는 97.67점, 연세대는 97점, 이화여대는 96.5점, 서울대는 96점으로 제각기 다른 결과값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로스쿨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생들에게 학점 문제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는 0.1점 차이라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스쿨 입시 평균 경쟁률은 2019년 4.71대 1에서 올해 5.24대 1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의힘 청년정책 총괄기구인 청년정책네트워크 특별위원회(청년특위)가 ‘공정 학점’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교육부가 ‘GPA 통합 환산식’을 만들어 각 대학별 GPA 유·불리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취지다.

국민의힘 청년특위는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를 통해 대학별 GPA 환산식을 공개하거나, 백분위 환산 점수를 활용하는 기관들이 자체 GPA 환산 기준을 만들도록 권고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한 취업준비생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

청년특위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건 MZ세대들에게 중요한 공정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특정 대학이 자기 학교에 유리하게 환산식을 바꾸면 다른 대학도 따라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환산식을 바꾸지 않은 학교의 학생만 피해를 입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대학들 사이에는 본교 졸업생에 유리하게 GPA 환산식을 바꾸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고려대는 2023년 1학기부터 수정된 GPA 환산식을 쓰고 있다. 그 여파로 서울대·한양대 등 다른 대학들도 환산식 변경을 논의 중이다.

반면, 환산식을 바꾸지 않은 대학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로스쿨 진학 등에서 불리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의 성적 관리는 학교 자율에 따라 학교장이 정하게 돼 있다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학점 처리는 전적으로 대학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로스쿨 입시에 국한해서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통일된 기준으로 성적 환산을 해달라고 각 로스쿨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