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금천구 (재)주사랑공동체교회(이종락 목사)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아기 요한이의 돌잔치와 부모의 결혼식이 함께 진행된 것.
요한이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폐동맥폐쇄(심장병)로 이미 큰 수술을 했고, 아직 한 번의 더 큰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요한이 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태국인이다.
아이의 양육과 출생신고 부재로 수술비 등의 어려움을 겪던 중 지난해 6월 서울 관악구 난곡동 베이비박스를 찾아 긴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요한이 엄마는 출산 후 건강이 좋지 않아 아이를 돌볼 수 상태였다.
일용직인 아빠는 생계를 위해 일을 쉴 수 없었다. 아기를 돌볼 다른 가족도 없었다.
부모는 결국 베이비박스 문을 두드렸다.
주사랑공동체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6개월 이상 아이를 위탁양육했다.
또 엄마의 불법체류 신분으로 쉽지 않은 아이의 출생신고, 수술 전 진료와 수술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원자들의 지원과 도움 속에 지난 1월 심장 수술이 진행됐고 현재 경과를 보며 2차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는 퇴원 후 베이박스를 떠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2차 수술 전 응급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는 병원 측의 설명에 서울에 있기를 권했다.
주사랑공동체는 다시 한번 요한이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주거 공간을 제공했다.
요한이 부모는 주사랑공동체의 도움으로 혼인신고만 한 상태였다.
이날 결혼 주례를 한 베이비박스 운영자 이종락 목사는 “이번 결혼식과 돌잔치는 ‘결혼식’이 갖는 기쁨, 행복, 축하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삶에서 ‘가족’이 되는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특히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가정을 지켜려는 아빠, 엄마를 응원하기 위해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목사는 아이의 할아버지가 됐다.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은 이모, 삼촌으로 가족이 되어 특별하고 아름다운 결혼식과 돌잔치를 진행했다.
한편,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위기 영아의 생명을 위해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난곡로 교회 담벼락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현재까지 2083명의 생명을 보호했다. 미혼모 96%를 만나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상담했다.
지난해 출생신고를 통해 30%의 엄마가 아기를 키우고 있다.
400여 명의 미혼 한부모 가정에 매월 3년간 양육 키트와 생계비를 지원한다.
또 법률 및 의료지원 등의 절차를 대기시간 없이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