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나 3연속 조기강판…또 ‘불’펜 만들었다

입력 2023-06-21 22:08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가 지난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투구 도중 숨을 고르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가 5이닝을 못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세 경기 연속 조기강판이다. 유탄은 또 계투진으로 튀었다.

메디나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아웃 카운트 6개만 잡고 교체됐다. 패전투수는 면했으나 2이닝 2피안타 3볼넷 3자책점으로 4대 7 팀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한화 리드오프 이진영에게 단타를 내줬으나 후속 김인환을 병살타 처리했고 1회를 세 타자로 마쳤다. 2회엔 단 8구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문제는 1-0으로 앞선 3회말이었다. 선두타자 장진혁에게 빗맞은 좌전 안타를 허용한 게 화근이었다. 곧바로 2루 도루를 내주곤 8·9번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다. 포수에 이어 정명원 투수코치까지 마운드를 찾았지만 결국 이진영마저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밀어내기로 동점을 허용했다.

KIA 벤치의 인내도 여기까지였다. 결국 37구 만에 좌완 김유신에게 배턴을 넘겼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김유신이 김인환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메디나의 자책점은 3점으로 늘어났다.

그간 꾸준히 지적됐던 약점은 이날도 어김없었다. 느린 투구 동작 탓에 한 번 주자를 내보내니 구위·제구 모두 급격히 흔들렸다. 타자보다 주자에 신경을 더 쏟다 보니 희생번트를 대려는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기까지 했다.

때이른 선발 강판은 고스란히 불펜 부하로 이어졌다. 적시타 허용 이후 세 타자를 잡아내며 ‘응급 처치’에 성공한 김유신은 4회와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주 열린 6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는데도 이날 올 시즌 개인 최다인 47개의 공을 던졌다. 장현식 김기훈 윤중현이 뒤따라 소환됐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을 포함해 올 시즌 메디나는 12경기에서 58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5이닝 넘게 책임진 적은 4번에 불과했다.

자연히 불펜은 그의 선발 등판일마다 ‘불난 호떡집’이 된다. 12경기의 절반인 6경기에서 4명 이상의 계투가 사태 수습에 동원됐다. 계투 자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중간투수 1명이 1이닝 넘게 책임진 적도 많았다. 12번 중 9번이 그랬다.

가뜩이나 중간·마무리 고민이 많은 KIA다.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 ‘J 트리오’가 예년만 못한 데다가 박동원의 보상 선수로 데려온 김대유도 기대에 못 미친다. 분전하던 최지민마저 체력 저하 탓인지 부쩍 흔들리고 있다. 임기영이 시즌 100이닝 페이스로 전천후 활약하고 있지만 받쳐 줄 동료가 마땅찮다. 선발, 그것도 외국인 선발의 조기강판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수치는 회의적이다. 월별 평균자책점은 3개월째 5점대 중후반에서 제자리걸음이고 경기당 평균 소화 이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달만 놓고 봐도 그랬다. 지난 9일 4⅓이닝 3자책점, 15일 3⅓이닝 3자책점, 이날 2이닝 3자책점으로 6월 4경기 중 3경기에서 5회를 못 채웠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