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위한 온 마을’ 되는 ‘디딤돌가족’

입력 2023-06-21 18:18 수정 2023-06-22 20:58
야나 이수정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진행된 '디딤돌가족' 발대식에서 자립준비청년 멘토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립준비청년의 정서적 지원을 위해 꾸려지는 ‘디딤돌가족’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 누구나 건강하고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돌봄 체계 마련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진행된 ‘디딤돌가족’ 발대식에서 ‘자립준비청년에 희망디딤돌 캠페인’ 자문위원단인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한 말이다. 국민일보와 삼성이 공동 기획한 희망디딤돌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디딤돌가족은 멘토링을 통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날 발대식에는 20여명의 자문위원이 참석해 디딤돌가족의 목표와 비전을 나눴다. 자문위원단은 매년 자립준비청년 2500여명이 시설을 떠나 사회로 나오고,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자립에 적응할 수 있는 정서적·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디딤돌가족의 멘토링 교육을 지원하는 이수정 사단법인 야나 대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년보다 도울 수 있는 어른의 숫자가 훨씬 많다”며 “디딤돌가족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에게 의지할 만한 어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과 인식 개선으로 더 많은 청년이 도움을 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심리·정서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국가가 할 수 있지만 정서적 지원은 정책만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자립준비청년에게 한 사람의 이웃, 어른으로서 다가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번 발대식이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남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이 지난 21일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며 디딤돌가족의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다. 이성남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은 “저 또한 고아였고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보육원에서 21년 동안 누나들과 함께 살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멘토와 멘티가 서로 존중하며 교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저희 아버지도 전쟁을 겪으며 보육원에서 자라셨다. 저 또한 그런 사회의 일원으로서 많은 혜택을 받았고 이제는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야나, 선한울타리, 한국고아사랑협회는 이달 말까지 멘토를 선발하고 교육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멘토 교육과 멘토링은 다음 달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진행된다. 멘토링은 삼성이 지원하는 ‘희망디딤돌 센터’ 소속 자립준비청년이 받게 된다. 디딤돌가족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멘토링 서비스를 진행한다.

박설미 야나 국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멘토링을 유지하기 힘들다. 멘토링을 9~10년째 이어가는 야나와 선한울타리가 만드는 가이드북이 멘토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9년간 자립준비청년을 도운 최상규 선한울타리 대표는 “멘토링 사업이 1년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변재운 국민일보 대표는 “18세의 자립준비청년의 심정을 떠올리면 막막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이 외롭지 않도록 디딤돌가족이 힘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