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5000만원 vs 4억원…매입가 논란 ‘안성쉼터’ 찾은 윤미향 항소심 재판부

입력 2023-06-21 18:12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쉼터로 썼던 경기도 안성쉼터 건물 전경. 윤미향 의원의 정의연 이사장 당시 기부금 횡령 혐의 등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1-3부는 21일 안성쉼터를 직접 찾아 검증기일을 진행했다. 공동취재단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활동 당시 기부금 횡령 혐의 등을 심리하는 항소심 재판부가 21일 안성쉼터를 직접 찾아 검증에 나섰다. 윤 의원 측은 “식물과 돌 등도 경제적 가치가 있다”며 조경 가치를 쉼터 시세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외진 곳이고 기온도 상당히 낮다”며 입지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마용주)는 이날 정의연의 경기도 안성 위안부 쉼터였던 건물을 찾아 사기 및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의 항소심 검증기일을 진행했다. 검증기일에는 윤 의원도 출석했다. 현재는 이 건물을 정의연으로부터 4억2000만원에 매입한 노부부가 거주하고 있다.

검증에 앞서 현장에 도착한 윤 의원은 현재 집주인과 인사를 나누며 “김복동 할머니가 여기를 좋아하셨다. 크게 교육관을 만들자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하지 못 했다”며 “청년들이 여기 와서 살면서 농사도 짓게 하는 그런 꿈을 가지셨다”고 말했다. 검증을 마치고는 집주인에게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쟁점은 정대협의 안성쉼터 매입 가격이 적절한지다. 정대협은 현대중공업이 2013년 위안부 피해자 주거시설을 지어달라며 10억원을 기부하자 7억5000만원을 들여 안성쉼터를 매입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쉼터의 시세가 4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시세보다 비싸게 사서 정대협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줬으므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반면 윤 의원 측은 검찰이 조경 등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측에서 기본적인 조경 부분을 훌륭하게 조성했다고 하니 재판부도 직접 보겠다”고 밝혔다. 또 동행한 감정평가사에게 “2013년 부동산 취득 당시 시가를 감정해야 하는데, 위반건축물과 조경수 등의 가치를 함께 평가해서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쉼터로 썼던 경기도 안성쉼터의 정자와 연못. 윤미향 의원 측은 21일 열린 서울고법 형사3-1부 검증기일에 나무와 연못, 바위 등의 조경 가치를 건물 시세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취재단

윤 의원 측 변호인은 자연석 바위, 연못 등을 가리키며 “이 바위가 엄청난 가치가 있어서 이 토지를 매수한 것이고, 계곡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서 연못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0년 전 조경을 감정해야 하는데, 나무가 자랐는데 조경 가치를 소급해서 감정이 가능하냐”고 물었고 감정평가사는 “수목 전문가의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간접적인 위성사진 등도 보고 생장 여부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안성쉼터의 ‘접근성’을 둘러싼 논쟁도 오갔다. 검찰은 “현장 검증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주변 환경”이라며 “오면서 느꼈겠지만 외진 곳이고, 문제가 생기면 안성시내로 가야 하는데 차로 20분은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의원 측 변호인은 “안성쉼터가 할머니들이 사용하거나 사회활동을 보조하는 용도에 비춰봤을 때 도시 접근성이 나쁘지 않고 할머니들이 평안하게 느끼기에 부족함 없는 장소”라고 맞섰다.

재판장은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에서 출발해서 (쉼터까지) 오는 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며 서울과의 접근성을 정리했다. 이에 검찰은 “정대협과 정의연은 주로 서울 마포구에서 활동하고, 수요시위를 위해 주한일본대사관을 찾는다. 거기서의 거리를 감안해달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약 40분의 검증을 마무리하고 감정평가 등을 반영해 사후에 시가 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