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국내 실향민 현 실태…“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입력 2023-06-21 17:48 수정 2023-06-21 18:24
열 살 소녀 메크데스가 어린 조카를 업고 있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모릅니다. 이모가 친절하게 대해 주지만 엄마의 사랑이 그리워요.”

올해 열 살 소녀인 메크데스는 에티오피아 내전으로 생이별한 엄마 품이 그립다. 그는 이모와 함께 에티오피아 북부 난민 캠프에서 30개월이 넘도록 머물고 있다. 이모 레테브레한씨는 “조카와 아들을 잘 먹이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아이들에게 겨우 하루 한 끼 먹일 수 있다. 11개월 된 아들은 저체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 인터내셔널이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월드비전은 보고서에 국경을 넘어 피난한 난민과 자국 내에서 강제이주한 국내 실향민의 실태를 담았다.

21일 보고서에 따르면 월드비전이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18개국 난민·국내 실향민 847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난민·강제이주 아동에 영양 결핍, 학업 포기 등으로 인한 위기 요인이 지난 3년 동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이주 가정의 85%는 일일 영양소 섭취기준을 충족시킬 식량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동 4명 중 1명(25%)이 학업을 포기했으며 5명 중 1명 정도(19%)는 노동 현장에 나가야 했다. 기초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빌린 가정(69%)은 지난해(34%)보다 2배 늘었다.



설문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8%(중복응답)가 ‘아동 식량 부족’을 문제로 꼽았고 ‘난민 아동에 대한 학업중단’과 ‘학대·폭력 노출’이 각각 46%와 41%로 뒤를 이었다.

아만다 리브스 월드비전 재난 대응 총책임자는 “이 아동들은 식량 부족과 학업 중단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조혼과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평범한 유년기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가 잊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또 이런 일들이 2023년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화나고 비통하다”고 토로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난민·국내 실향민이 1억명을 넘어섰다. 이중 40%에 달하는 4300만명 가량이 18세 미만 아동으로 파악됐다.

한편 한국 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은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세계 인구수가 약 3억6000만명으로 급증하자 이들을 위한 국내 청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의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아웃크라이’ 캠페인은 월드비전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