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X”…성폭행 피해자 죽음 내몬 10대 또 집행유예

입력 2023-06-21 17:04 수정 2023-06-21 17:20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 가해자인 A양이 2021년 6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과거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에게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식으로 모욕하는 등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을 저지른 10대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단톡방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피해자는 앞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 5-2부(부장판사 강주영)는 21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양(19)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를 생각하면 피고인을 엄벌하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앞길이 창창한 피고인을 생각하면 1심 판단처럼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고민 끝에 원심이 피고인에게 유·불리한 정상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형량도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사의 항소 이유를 고려해도 형량이 너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해 검찰 항소를 기각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당초 A양에게 장기 징역 4년 6개월~단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1심 재판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양은 2020년 9월 25일 SNS 단체 대화방에서 당시 16세였던 B양이 성적으로 문란하고 ‘일진’ 활동을 했다는 허위 내용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채팅방에는 B양 외에 또래 10대 7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흘 뒤 또 채팅방을 만든 A양은 B양과 친구들을 초대해 “더러운 X. 패줄게. 좀 맞아야 한다”며 B양을 모욕했다.

그는 과거에도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소문을 내겠다”며 B양을 협박하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성폭행 피해를 입은 적 있는 B양은 단체 대화방에서 이 같은 모욕을 당하고 몇 시간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양을 성폭행한 가해자의 선고 공판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한편 가해자 A양은 지난해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6월 다른 공범들과 함께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지적장애 3급인 여고생의 머리를 변기에 내려찍고 떨이와 샴푸 등 오물을 몸에 부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사건 1심에서 A양은 장기 1년~단기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