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기업 재고자산 100조원… 위기의 산업계 ‘생존’ 안간힘

입력 2023-06-21 16:57 수정 2023-06-21 18:01

산업계가 ‘복합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갈등에 세계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생존’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위기는 ‘재고 증가’ ‘판매 급감’ ‘수출 추락’이라는 얼굴로 다가왔다. 주요 그룹은 ‘군살 줄이기’ ‘실리 경영’을 중심축으로 하반기 경영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은 재고 급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민일보가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화학의 사업보고서를 21일 분석한 결과, 4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총 100조3607억원에 달했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재고자산 54조4200억원)와 SK하이닉스(재고자산 17조1823억원)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고가 쌓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14.3%, SK하이닉스는 65.3%나 증가한 수치다.

두 회사는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에서 재고자산을 털어내고 적정재고를 유지하는 걸 우선순위에 올렸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재고자산 회전율이 1.6회까지 떨어졌다. 숫자가 클수록 재고자산 관리가 잘 되고, 매출로 빠르게 이어진다. 현대차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7.7회다. SK하이닉스는 재고자산 회전일수도 228일(7.6개월)까지 늘었다. 재고를 소진해 적정재고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5~6주를 적정한 재고자산 회전일수로 본다.

LG화학의 재고자산은 11조9701억원(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7조5000억원), 회전일수는 89일(약 3개월)에 이르렀다. LG그룹은 지난달에 구광모 회장 주재로 전략보고회를 가진 뒤, 일부 계열사에서 경쟁력 없는 한계사업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시장을 겨냥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전략으로 선회하는 흐름을 주목한다. 중국 배제에서 중국과의 실리 무역으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에 있어 강력한 수출 시장이다. 민간 차원에선 중국 정부와 물밑에서 교류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기아와 SK온은 20~21일 한국을 방문한 저우빈 중국 옌청시 당서기 등을 만나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산업계는 수출 회복 조짐에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집계한 올해 3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지수(EBSI)는 108.7을 가리켰다. 6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100)을 넘어섰다. 김나율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기업의 수출 여건 회복 기대가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혜원 양민철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