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만난 獨총리 “中과 디커플링 의사 없다”…극진한 환대

입력 2023-06-21 16:45 수정 2023-06-21 16:49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가 20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두 총리는 제7차 중국·독일 정부 협의을 갖고 경제 무역을 중심으로 한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의 경제사령탑인 리창 총리를 만나 “독일은 어떠한 형태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도 반대하며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화)이 곧 탈중국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와 숄츠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회담을 갖고 제7차 중·독 정부 협의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외교 경제 무역 산업 과학기술 환경 등 22개 부문의 책임자들로부터 양국 협력 상황을 보고 받았다. 숄츠 총리는 “독일은 중국의 발전과 번영을 환영하며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고 양국간 교류와 협력을 심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 식량안보 부채 등 전 세계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모든 의제에서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독일은 중국과 분리될 의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 총리도 “중국은 독일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 세계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고 변화의 국면에서 역할을 발휘해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회담에 앞서 숄츠 총리는 관저 앞 광장에서 리 총리를 위한 환영식을 열었다.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연주했고 두 사람은 함께 의장대를 사열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지난 3월 권력 서열 2위에 오른 리 총리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독일과 프랑스를 택했다. 중국은 유럽의 중추 국가이면서 중국에 비교적 우호적인 두 나라와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숄츠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각각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리 총리는 독일과 프랑스 방문을 위해 지난 18일 출국하면서 총리 전용기가 아닌 민간 항공사에서 대여한 전세기를 이용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보도했다. 국가주석과 총리는 해외 출국 때 전용기를 이용할 수 있지만 리 총리는 전세기를 탄 것이다. 리 총리의 위상이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다를 바 없다는 뜻으로 집권 3기 한층 공고해진 시 주석의 1인 독주 체제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이 지난달 허베이 슝안신취를 방문했을 때 리 총리와 차이치 중앙판공청 주임, 딩쉐샹 부총리 등 상무위원 3명이 동행했는데 총리가 국가주석의 현장 시찰을 수행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