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발화원을 특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화재의 직접적인 발화원 특정이 불가하다’는 감정 결과를 회보받았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합동감식 및 CCTV 분석, 현장 관계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화재현장이 심하게 붕괴돼 발화부를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초 목격자의 진술과 소방기기의 작동상태, 현장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공장 내부의 ‘3115 지하피트’ 주변에서 불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전선에서 발생한 스파크, 스팀배관의 축열(蓄熱) 등이 피트 내부의 가연성 물질과 닿으며 불이 붙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직접적인 발화원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1차 화재로부터 10여분 뒤에 발생한 2차 화재 역시 구체적인 발화부가 규명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초 발생한 화재의 불씨 등이 집진 설비를 통해 상단까지 올라갔다가 다른 설비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화가 화재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은 상태다. 기름 등을 뿌려 방화를 시도할 경우 현장이 전소해도 이를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표식이 남는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초기에 방화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했는데 지금은 그 가능성이 많이 희석됐다”며 “방화가 100% 아니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 설비는 모두 정상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수신기의 로그자료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걸로 표시돼 있고 화재 당일 스프링클러 물탱크의 저수용량도 평소보다 3~4배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장 내부의 청소 작업은 지난해 12월부터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수개월간 진행됐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이나 스팀배관의 축열이 발화의 원인이 됐는지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추가 수사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