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책 읽어주는 남녀’를 아세요…시립극단 낭독 공연 인기

입력 2023-06-21 15:18 수정 2023-06-21 15:38
21일 전주작은도서관에서 노인들이 전주시립극단의 낭독 공연을 보며 배우들의 연기와 율동에 박수를 치고 있다.

21일 오후 전북 전주시 평화동에 있는 전주작은도서관. 흰머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50여명이 한 공연에 집중해서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배우들의 목소리에 웃기도 하고 율동에 박수도 치며 45여분의 시간을 금세 보냈다. 이날 공연은 전주시립극단에서 도서관을 순회하며 책을 읽어주는 ‘낭독 공연-우리들의 부자’였다.

전주시립극단의 5년째 펼치고 있는 ‘책 읽어주는 남녀’ 공연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립극단은 매년 전주시가 선정한 ‘올해의 책’을 낭독극으로 제작, 시민들을 찾아가 들려주는 색다른 무대를 만들고 있다.

2019년 첫해엔 전주시립예술단 다목적실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대바람 소리’와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 등의 내용을 재미나게 들려줬다. 반응이 좋았다.

이에 이듬해부터 전주시내 크고 작은 도서관을 직접 찾아 돌았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한 해 20회 정도씩 공연을 했다. 전주시도 지원에 나섰다.

전주시립극단 단원들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 공연을 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그동안 ‘마당을 나온 암탉’ ‘우리들의 부자’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등을 각각 40분 정도로 각색했다. 소품은 책걸상과 인형 등으로 간소화했다. ‘으랏차차∼’를 연출한 단원 김영주씨는 “200여쪽의 작품들을 축약해 대본으로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그러나 실감나는 묘사에 어린이 등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한 회당 40∼200명의 관객이 배우들의 연기에 푹 빠져들었다. 어느 해 ‘대바람 소리’를 들은 한 노인은 전주시에 전화를 해 “공연이 너무 재밌었다. 꼭 사서 읽고 싶다”며 “정확한 책 이름이 뭐냐”고 묻기도 했다.

시립극단은 지난 달 9일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3곳의 도서관을 찾을 계획이다. 단원 24명이 5∼7명씩 고루 나뉘어 참여하고 있다. 29일 꽃심도서관, 30일엔 맑은누리작은도서관에서 창작품 ‘청개구리 또또’를 공연할 예정이다.

정성구 전주시립극단 기획실장은 “소설 원작의 말맛과 글의 재미를 직접 들려줌으로써 우리나라 현대 소설의 우수성과 작품성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를 제공해왔다고 생각한다”며 “하반기에도 12차례 더 시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