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 사과 로고를 두고 ‘스위스 과일 연합(FUS)’과 다시 다투게 됐다.
IT(정보·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글로벌 IT 기업 애플이 사과 로고와 관련해 FUS에 광범위한 지적재산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FUS는 더 이상 사과 로고를 사용하지 못할 전망이다.
FUS는 ‘Fruit-Union Suisse’의 약자로, 111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 최대 과일 연합이다.
FUS의 로고는 빨간 사과 오른쪽 윗부분에 흰 십자가가 새겨진 형태다. 애플은 이 FUS의 로고가 자신들의 브랜드 로고인 ‘한입 베어 문 사과’ 이미지와 비슷하다며 변경을 요구하는 상태다.
이에 대해 FUS 관계자는 “애플의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한입 물린 사과를 로고로 쓰는 것도 아니다”라며 “애플의 목적은 사과에 대한 광범위한 권리를 소유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사과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스위스에서 사과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2017년부터 시작됐다. 애플은 당시 스위스 지적재산권 기관(IPI)에 흔한 녹색 사과 품종 중 하나인 그래니 스미스의 ‘사실적인 흑백 묘사’에 대한 지적재산권 신청을 냈다.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전자, 디지털, 시청각 소비재와 하드웨어였다.
IPI는 “사과와 같은 일반 상품의 이미지는 공공 영역으로 간주한다”며 애플이 원하는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식재산권 요청이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여지자 애플은 최근 항소를 제기했다.
앞서 애플도 스위스로부터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2년 스위스연방철도(SBB)는 스위스 역사에 걸린 벽시계 디자인을 애플이 무단 도용했다며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애플은 iOS6의 시계 모양이 스위스연방철도역 시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시계는 1944년 스위스 철도 등 스위스 전역에 걸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디자인이다. 스위스 시계 제조사인 몬다이네(Mondaine)가 이 디자인에 대해 SBB와 라이선스를 맺고 사용 중이었다.
결국 애플은 시계 모양 이미지 사용료로 2100만달러(약 228억원)을 지급했다. 이 금액은 iOS6를 채용한 기기 2억1000만대에 대해 1대당 10센트의 시계 디자인 사용료를 적용해 책정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