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입시생을 상대로 불법 과외를 해주고 실기곡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연세대 음대 피아노과 교수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강성수 부장판사는 21일 전 연대 음대 교수 한모(66)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실기곡을 받은 입시생 김모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지정곡을 사전에 유출해 대학이 지정곡을 변경하게 했다. 이로 인해 학교의 평가·관리 업무를 저해하고 음대 입시 전반의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되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강 부장판사는 다만 한씨가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았고, 지정곡을 미리 알더라도 개인의 음악적 역량과 오랜 연습이 필요한 실기시험의 특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 부장판사는 “한씨가 피아노과 입시정보 공개 하루 전에 김씨에게 곡명을 유출했다”며 “내신 성적과 피아노 실력 등 고려하면 김씨는 연세대 피아노과에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씨의 행위가 부당 합격을 노린 것 같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한씨에게 김씨 과외를 부탁한 음악학원 원장 배모씨와 배씨와 한씨를 연결해 준 사립대 교수 김모씨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씨는 2021년 경기도 양평 자신의 집에서 김씨에게 불법으로 피아노 교습을 해주고 2022학년도 연세대 입시 예심의 지정 실기곡 1곡을 미리 알려준 혐의(학원법 위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21년 8월 음대 지망생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연습곡 가운데 한 곡의 특정 부분을 시험곡으로 언급했으며, 이후 실기곡 유출 의혹이 불거지자 연세대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