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탄 잠수정 ‘실종’…“안전 심각” 우려 무시됐다

입력 2023-06-21 08:24 수정 2023-06-21 13:37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 AFP연합뉴스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호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을 놓고 5년 전부터 안전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실종된 심해 잠수정 ‘타이탄’을 운영하는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고위 직원은 2018년 회사와의 소송에서 “(잠수정을 제대로 시험하지 않은 것이) 탑승객들을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션게이트 해양운영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로크리지는 시애틀의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비파괴검사를 하지 않고 이 잠수정을 (심해로) 내려보낸다는 회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타이탄의 안전 문제에 대해 회사 경영진에 구두로 우려를 표명했으나 “무시됐다”고도 했다.

관련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도 비슷한 시기 오션게이트에 대한 잠수정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해양학자와 다른 잠수정 기업 임원 등 30여명은 2018년 스톡턴 러시 오션게이트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앙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 연합뉴스

해양과학기술학회(MTS) 유인잠수정위원회 명의로 발송된 서한은 오션게이트의 잠수정 개발을 “만장일치로 우려한다”고 명시했다. 회사 측은 타이탄 잠수정이 위험평가기관의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처럼 묘사했으나 실제로 해당 기관에 평가를 의뢰할 계획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을 호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윌 코넨 MTS 유인잠수정위원장은 NYT 인터뷰에서 “잠수정 업계는 안전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채 심해 탐사를 위한 잠수정을 건조하려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면서 “서한을 보낸 뒤 러시 CEO와 통화했지만 ‘규제가 혁신을 억압한다’고 반발했다”고 전했다.

서한에 참여한 전문가 바트 켐퍼도 NYT에 “우리가 요구한 것은 다른 유인 잠수함이 하는 일을 하라는 것뿐이었다”며 오션게이트가 표준 인증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션게이트 측이 최근에도 기술 결함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회사 법률·운영고문인 데이비드 콘캐넌은 지난해 버지니아주 동부연방지방법원에 낸 서면 자료를 통해 “타이태닉호로 가는 첫 잠수에서 이 잠수정에 배터리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콘캐넌은 지난해에만 28명이 타이태닉호를 방문했다며 레베카 비치 판사에게 심해 탐사에 동참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대서양 실종 잠수정 수색작업, AFP연합뉴스

앞서 ‘타이탄’은 18일 오전 대서양에서 실종됐다. 대서양 해저 약 4000m 지점에 가라앉은 타이태닉호 선체 관광을 위해 운영되는 타이탄에는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과 파키스탄 재벌가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프랑스의 해양학자 폴 앙리 나졸레 등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간 진행되는 타이태닉호 잔해 관광상품의 비용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2000만원)에 달한다.

타이탄 수색에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해안경비대의 수색 임무를 지휘하고 있는 존 마거 소장은 20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해군과 캐나다 해군, 캐나다 해안경비대, 민간업체와 함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수색하고 있다”며 “코네티컷주 면적에 달하는 수면을 훑었다”고 말했다. 코네티컷의 넓이는 서울의 24배에 달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