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차남, 탈세·불법총기소지 혐의 기소…트럼프 “이중잣대”

입력 2023-06-21 05:51 수정 2023-06-21 08:3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두 건의 탈세와 불법 총기소지 혐의로 기소됐다. 헌터는 검찰과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구형을 낮추는 합의를 했다. 공화당은 사법 시스템이 편향돼 ‘선택적 정의’를 추구한다며 전면 공세에 나서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했다. 지지율 정체 상태인 바이든 대통령 재선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법무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헌터가 두 건의 경범죄 납세 위반과 한 건의 중범죄 총기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헌터는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150만 달러 이상의 과세소득에 대한 각각 10만 달러 이상의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헌터가 재판에서 탈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헌터의 체납세금이 모두 120만 달러가량이며 이미 국세청(IRS)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헌터는 자신이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2018년 10월 12~23일까지 이를 불법 소지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헌터는 2021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자신이 정기적으로 크랙 코카인을 남용했으며, 당시 총기 구입 서류를 작성할 때 마약이나 약물 문제를 허위 진술했다고 고백했다. 헌터는 당시 여자 친구가 권총을 버려 이를 약 2주가량만 소지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총기 불법 소지 혐의와 관련해선 PTD(pretrial diversion)를 체결하기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PTD는 특정 범죄자를 형사 처벌하지 않고 대신 대체 감독 등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미국의 제도다. 뉴욕타임스(NYT)는 헌터가 2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다시는 총기를 소지하지 않기로 검찰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탈세 혐의는 최대 징역 1년, 총기 범죄는 최대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헌터는 그러나 검찰과 합의에 따라 연방 판사가 동의하면 가벼운 처벌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총기 소지의 경우 헌터는 PDA에 따라 별도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이를 제대로 마치면 기소 기록도 남지 않는다.


헌터 측 크리스토퍼 클라크 변호사는 성명에서 “헌터는 자신이 인생에서 혼란스럽고 (마약에) 중독된 시기에 한 실수들에 대해 책임지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생을 재건하려는 아들의 노력을 지지하며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 질문에 “난 내 아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가 혐의를 인정하면서 대선 기간 법정 다툼을 지켜봐야 하는 부담은 덜게 됐다.

공화당은 그러나 ‘사법부의 이중 잣대’ 프레임을 내세우며 공세를 퍼부었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부패한 바이든 법무부가 헌터 바이든에게 고작 교통법규 위반 티켓을 발부해 수백 년 (징역형)의 형사책임을 면제해줬다. 우리의 (법)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비난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법무부는 대통령의 정적을 교도소에 가두려 하고, 대통령의 아들은 달콤한 거래를 한다”며 “미국에서 계속 이중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릭 스콧 상원의원도 “‘빅 가이’가 자신의 정적을 사냥하는 동안 헌터의 손목을 때렸다”며 “평등한 정의가 아니고, 법을 존중하지 않는 가족이 법체계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장은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관여 한 모든 범위가 밝혀질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데이비드 와이스 검사에게 수사 전권을 부여했으며, 어떤 기소 결정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스 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임명돼 이번 수사를 시작했다.

공화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헌터와 관련된 다른 의혹도 집중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공화당은 그동안 헌터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일 당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임원을 맡으며 부당 이득을 취해왔다고 주장해 왔다.

와이스 검사도 이번 기소와 관련해 낸 성명에서 혐의 내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탈세와 불법 총기 소지 혐의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수사 중임을 시사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