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2030 엑스포 유치 신청국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한국의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46)가 특유의 재치로 장내에 웃음을 안겼다.
싸이는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엑스포 4차 PT에서 5분여간 영어로 연설했다. 싸이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저는 박재상입니다. 하지만 싸이로 더 잘 알려져 있죠”라고 인사하자 장내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싸이는 가슴에 손을 얹고 웃으며 박수가 멈추길 기다린 뒤 연설을 시작했다.
싸이는 “K팝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2030 부산 월드엑스포도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2012년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2만명과 함께 자신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맞춰 플래시몹을 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정말 큰 행사였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모두가 하나가 됐다. 음악가로서 저는 K팝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변화시키고, 경계를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2030 부산엑스포도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K팝과 K영화, K드라마를 언급하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호소했다. 싸이는 “비빔밥처럼 한국인은 서로 다른 장르를 융합해 독특한 것을 창조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은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코미디, 사회적 메시지를 모두 선사했다”고 말했다.
싸이는 연설 후반부에 “저를 알아보기 힘든 분들이 계실까 봐 이걸 한번 껴보도록 하겠다”며 선글라스를 꺼내 착용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속 모습을 재연한 것이다. 장내에선 또다시 박수가 터졌다.
싸이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강남스타일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을 하나로 모이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2030 부산엑스포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전 세계를 하나로 모으고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그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강남스타일’ 말춤 안무를 짧게 선보인 뒤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연단을 내려갔다.
싸이 외에도 여러 아티스트가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실었다.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를 맡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응원곡 ‘함께(We will be one)’ 뮤직비디오가 상영됐고,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등장하는 영상으로 오프닝과 클로징이 꾸며졌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마지막 현장 연사로 등장해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문화 엑스포를 구현해 모든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대접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엑스포는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의 플랫폼이 되겠다”며 “세계의 청년들은 인류 공동체로서 함께 협력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PT에 앞서 다른 연사와 함께 최종 리허설을 하며 마지막까지 원고를 수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쟁 PT에는 한국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가 나섰다. 2030년 엑스포 개최 도시는 올해 11월 예정된 제173차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