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서울 서북권과 경기도 고양시 등에서 기승을 부렸던 일명 ‘러브버그’가 최근 서울 은평구 일대에서 다시 집중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곤충의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주로 중국 남부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은평구청에 따르면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지난 17~19일 사흘간 500건을 넘길 정도로 폭증했다.
은평구 외에도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 서울 광화문, 신촌 일대에서도 러브버그를 봤다는 목격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맘카페 등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목격담을 공유하면서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공동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러브버그 출몰 소식에 한 네티즌은 “이젠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남겼다.
전문가들도 북한산을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정착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수풀이 있거나 낙엽이 쌓인 환경을 서식지로 선호한다. 해당 지역에 산란하기 좋은 장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도 “지난해에 이어 러브버그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이미 그 지역에 정착해 서식지로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건당국은 러브버그가 자주 출몰하는 야산 등을 중심으로 방역에 나서고 있다. 다만 무분별한 방역 작업은 자칫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어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해로운 벌레는 아니다. 오히려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으로 알려져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 많은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지만 익충을 마구 없앴다간 생태계가 교란될 가능성이 있어 선제 방역은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