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시아나 플랜B 없어”… 美·유럽 불확실한데 낙관하는 산은

입력 2023-06-20 21:12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20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합병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사실상 합병 반대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다소 낙관적인 발언이다.

강 회장은 이날 산은 여의도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HMM·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신속한 매각 원칙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은 현재 신고 대상 13개국 중 10개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났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황으로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진칼 지분 처분 계획을 포함해 무산 시 ‘플랜B’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1월 EU 경쟁당국을 만나 합병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5월에도 미국 법무부에 이 같은 의견을 전했다”며 “정부 부처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조속한 심사 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 섞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항공사의 합병을 위해선 세계 13개국에 기업결합 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양대 항공 시장인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독점 심화가 우려된다며 사실상 합병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들 중 한 곳에서라도 승인을 얻지 못하면 합병은 어려워진다.

강 회장은 “항공사가 합병하게 되면 슬롯 축소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문제는 그 양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라며 “슬롯 축소가 적게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HMM 지분매각과 관련해서도 4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매각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각 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태핑(의사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핑 결과 HMM 인수에 관심 있는 후보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5번째 매각에 도전하는 KDB생명은 다수의 원매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오는 7월 본입찰에서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은행의 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2020년 말 15.96%에서 올해 1분기 말 13.11%로 하락했다”며 “추가로 후순위채 8000억원을 발행하고,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정부·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