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24세 이하(U-24) 축구 대표팀이 중국과의 친선전 후 상처만 안고 돌아왔다. 핵심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며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평가가 이어지자 대표팀을 이끈 황선홍 감독도 고개를 숙였다.
황선홍호는 중국 저장성 진화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평가전을 마치고 20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현지 적응 등을 이유로 중국을 친선전 상대로 골랐던 황 감독은 입국 현장에서 선수들의 부상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부상선수가 발생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프다. 소속팀 감독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다친 선수들이) 빨리 쾌차해서 함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1998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중국과 평가전에서 부상을 얻고 본선 출전이 좌절됐던 경험이 있다. 출국 전 그는 “평가전 상대는 내가 요청했다. 거칠기 짝이 없는 중국 같은 상대에 우리 선수들이 적응해야 정상도 노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거친 플레이로 악명 높은 팀이다. 무리한 태클과 거친 몸싸움이 무술을 연상시킨다고 해 ‘소림축구’라고 불린다. 이번 2연전에서도 아찔한 순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1차전에서 몸싸움 중 발목 인대를 다쳐 조기 귀국한 엄원상(울산 현대)까지 총 3명의 선수가 부상을 얻고 교체됐다.
19일 치른 2차전에선 전반 30분도 되기 전에 한국 선수 3명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전반 15분 드리블 돌파하던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이 상대 수비수에 발이 밟혀 넘어졌다. 밟힌 부위를 부여잡고 한동안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의무팀의 조치를 받았다. 약 4분 뒤에는 조영욱(김천)이 공중볼을 향해 헤더를 시도하다가 상대 선수와 충돌했다. 어깨 부위를 다친 조영욱은 결국 교체됐다. 전반 27분에는 고재현(대구 FC)이 위험한 태클로 쓰러졌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는 후반에도 계속됐다. 후반 10분 페널티 지역을 돌파하던 고영준(포항 스틸러스)이 상대 선수에게 밀려 넘어졌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무릎을 깔린 고영준은 고통을 호소하다 절뚝이며 필드 밖으로 물러났다. 전반전 한 차례 무리한 태클로 쓰러졌던 고재현도 후반 내내 태클로 견제당하며 부상 위험에 노출됐다.
부상의 여파로 전반 45분 역습을 허용하며 실점한 한국은 이후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0대 1로 패배했다.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이 중국에 패한 건 1대 2로 졌던 2012년 친선경기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맞대결 전적 12승 3무 1패로 압도적 우위에 있던 한국은 패배 기록을 추가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경기 후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을 점검하는 자리였음에도 중국이 필요 이상의 거친 플레이로 친선경기의 의미를 퇴색시켰단 것이다. 황 감독은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거칠 줄은 몰랐다”며 “부득이하게 안 좋은 상황이 많이 발생했지만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차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던 조영욱 고영준의 상태에 대해선 “내일 오전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확실하게 받아봐야 할 것 같다. 본인들은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라고 하는데 저도 많이 걱정된다. 추이를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인천=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