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해양경비대, ‘난민선 참사’ 책임론 확산…수백명 실종

입력 2023-06-20 17:36
그리스 앞바다에서 발생한 난민선 참사 생존자가 17일(현지시간) 말라카사의 신원 확인 캠프 안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지중해에서 발생한 난민선 침몰 사고로 약 500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인 가운데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리스 해양경비대는 난민선 침몰 후 “밀항 브로커들이 원하지 않아 구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니코스 알렉시우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이탈리아로 가려는 난민들로 배가 꽉 차 있어 개입하는 것도 위험했을 것”이라며 “폭력적으로 (배의) 진로를 막는 일도 해상 사고를 유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양법상 그리스 당국에 구조 의무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2014년 제정된 유럽연합의 ‘외부 해상 국경 감시 규칙’에 따르면 구조 시행 기준에 ‘요청 여부’가 포함되지만 이것이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선박의 감항성(안전한 항해에 필요한 인적·물리적 준비를 갖춘 상태)’ ‘연료, 물, 식량 등 해안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보급품의 가용성’ 등도 판단 기준이다.

마르켈라 이오 파파둘리 유럽 개인권리자문센터의 해양법 및 인권 전문 변호사는 “브로커들이 무엇을 원했든 배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면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침몰 직전까지 배가 “꾸준한 항로와 속도로 안정적으로 운항했다”는 그리스 당국 설명이 맞지 않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BBC는 전날 해양 분석 플랫폼 ‘마린 트래픽’의 선박 GPS 항적 추적 데이터를 토대로 배가 침몰 전 최소 7시간 동안 운항을 멈춘 채 같은 지점에 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81명으로 집계됐다. 생존자는 104명이며 전원 남성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생존자 최소 4명은 브로커들이 난민들을 선내 냉장고에 가두고 사람들을 폭행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 생존자는 “(브로커들은) 돈을 내야만 음식을 줬다”며 “우리를 구타하고 학대했으며, 여성과 아이들을 갑판 아래 화물칸에 가뒀고 냉동고에도 사람들을 가뒀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