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서방 대신 印 산제이, 여행 시장 큰 손 되나

입력 2023-06-21 06:03

인도 저비용항공사(LCC) 인디고가 에어버스에 500대의 여객기를 주문했다. 항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다.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도는 세계 여객시장에서 가장 핫한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에어쇼에서 인디고와 여객기 A320 50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종전 기록은 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가 보잉과 에어버스에 주문한 470대다. 당시 에어 인디아는 보잉에 737맥스, 787 기종 등 220대를, 에어버스에선 A320, A350 등 250대를 발주했다.

양사는 계약금액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어버스는 2030년부터 2035년 사이에 여객기를 인디고에 넘길 예정이다. 인도 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항공사인 인디고는 500대를 추가 계약하면서 에어버스에 주문한 항공기수가 1330대에 달하게 됐다. 피터 엘버스 인디고 CEO는 “인도 항공 시장의 성장을 봤을 때 지금이 적기”라며 “이것은 시작일 뿐 더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항공기 추가 구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 문을 연 인도 남부 벵갈루루의 켐페고다 국제공항 제2터미널

인도 내 해외여행 수요는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인도의 해외여객 수요가 7%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한다. 이는 글로벌 평균 성장률의 두 배 수준이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인 ‘아고다’의 옴리 모겐스턴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는 여행 붐을 경험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게 성장 중인 출발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된 인도는 세계 관광업계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상공회의소(FICCI)는 오는 2024년 한 해 인도인들이 해외여행에서 쓰는 비용이 연간 420만 달러(약 53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항공업계는 인도 여객시장이 10년 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도 정부는 해외여행 증가세에 맞춰 공항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5년까지 신공항 건설과 기존 공항을 현대화하는데 9800억 루피(약 15조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인도 항공사들은 신규 노선 열고, 운항 편수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5년간 2000대 이상의 비행기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CNN 등 외신에선 인도인 관광객의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행 마케팅 업체인 체크인 아시아의 개리 보워먼 대표는 “급증하는 인도인 여행객을 유치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