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학도 ‘저출산’ 위기… 2040년 내 240곳 사라진다

입력 2023-06-20 17:06
국민일보DB

일본 군마현 마에바시시에 있는 교야이학원 마에바시 국제대는 학생 수 약 1000여명의 작은 대학이다. 1999년 개교해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학생 중심의 지역 밀착형 정책을 펴며 군마현의 청년 인재를 양성하는 데 마중물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기업과 시청에서의 반년간 취업 체험, 기업 해외 거점에서의 연수 등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매력을 어필했다. 그 결과 한때 200명의 입학정원을 299명으로 늘릴 정도로 호황을 맞았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하며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이 학교 총장인 오모리 아키오는 “이젠 개별 대학의 자조적 노력만으로는 살아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출생아 77만명 전원 진학해도 2만명 부족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출생아 수는 77만747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출생아 수가 80만명을 밑돈 건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이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2040년 대학이 받을 수 있는 신입생 최대치도 이 정도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는 앞서 일본 중앙교육심의회(중교심)가 2018년 학령인구 추계를 내며 예측한 88만명을 크게 하회한다.

일본 고등학교에서 지난해 대학(전문대 포함)에 진학한 이들은 78만1000명이다. 2040년까지 대학이 현재 규모를 유지한다면 지난해 출생한 아이들이 전원 진학해도 2만명이 부족하다. 중교심이 예측한 대학진학자는 57% 수준으로 약 44만명이다.

유학생이나 진학률의 대폭 증가가 없다는 가정하에 대학들이 입학 정원을 현 상태로 유지한다면 19만명이 초과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본 전국 800개 대학교를 평균 정원으로 환산할 경우 약 240개 학교가 과잉 공급됐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올해 들어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게이센여학원대, 고베카이세이여학원대 등이 신입생 모집을 그만둔다고 공표했다.

일본 대학들이 경영난에 빠진 배경에는 국가 재정 운영의 문제도 있다. 방위비 증액, 저출산 예산 등 지출 요인이 커지면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학까지 지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닛케이는 “대학들은 정부에서 연 1조엔(약 9조350억원) 이상의 교부금과 보조금 등을 받아 운영해왔다. 하지만 사회보장 관계비 등 증가로 국가 재정에 여유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DB

韓 부실대 정책 따를 수도… 지방 소멸 우려 커져

지방대 소멸 위기감이 높아지자 중교심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교심 부회장을 맡은 나카타 쿄스케 쓰쿠바대 총장은 “학령인구가 감소할수록 교육을 더 강화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공립이 대다수인 초·중·고교는 행정 주도로 재편할 수 있지만 사립이 4분의 3을 차지하는 대학의 경우 통폐합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닛케이는 “일본 이상으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 정부가 대학의 교육 연구 성과나 정원 만족률을 평가해 부실대를 선정, 재정 지원을 깎는다”며 “일본도 이 같은 정책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60여개의 대규모 대학이 전체 정원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이상 이들 학교가 정원을 줄이지 않은 한 소규모 200~300개 학교가 붕괴해도 공급 과잉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대가 사라지면 지역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이는 지역 소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시카와현에 있는 가나자와 공업대의 총장 구로다 유이는 “인구감소 시대에 맞게 전국적인 대학 배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오타케 후미 오사카대 교수는 “세계는 대학을 경제성장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일본 경제는 혁신 창출이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대학 투자가 적다”며 “경제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학도 쇄신해야”… 자생력 요구돼

대학 차원에서도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자생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신입생들에게 매력을 어필할만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에노 타카시 게이오기주쿠대 교수는 “대학도, 기업도 전체적으로 축소하는 시대에서 스스로가 축소하지 않고 이길 수 있을지 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며 “독특하고 매력적인 개성을 가진 곳들 많이 살아남을 것이다. 대학은 기업보다 오래된 체질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쇄신하지 못하는 곳은 퇴장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회인 교육, 외국인 교육, 새로운 분야의 개척 등 대학 역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신대학원, 신학부 설립 등을 지휘하며 창조적 수단이 많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 인공지능(AI)이 세계를 격변시키는 상황에서 대학이 신분야 교육으로 이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