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를 활용해 비침습적(피부를 관통하지 않음) 방식으로 혈관 내 혈전(핏덩어리)과 색전(혈관을 막는 물질)을 포획·제거하는 ‘음향 그물’ 기술이 개발됐다.
애초 혈전과 색전 치료를 위해서는 항응고제를 복용하거나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주사해야 했다.
박기주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신체 외부에 초음파를 쐬는 방식으로 색전을 포획하는 ‘음향 그물’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초음파 트랜스듀서를 통해 배(antinode)와 마디(node)로 이뤄진 정상파(standing wave)를 생성한 뒤 이 가운데 배에 의해 발생하는 음향 방사력을 활용해 움직이는 색전을 포획하는 방식이다.
혈류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음향 방사력의 세기가 혈류를 타고 흐르는 색전의 항력보다 크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연구팀은 또 직경 6㎜의 혈관 팬텀 실험환경에서 해당 기술을 활용한 결과, 최대 혈류 속도 6.2㎝/s에서 1~5㎜ 크기의 색전을 포획한 뒤 집속초음파를 통해 이를 수십 마이크론 크기(㎜의 1/1000) 이하로 파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혈전과 색전 제거 시술을 위한 비침습적 정밀 집속초음파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음향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초음파 음향화학(Ultrasonics Sonochemistry)’(IF=9.336) 이달 호에 게재됐다.
한편 혈전과 색전이 체내 다른 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심근경색, 동맥혈전, 정맥혈전, 폐색전증, 폐경색, 심부정맥혈전증 등을 유발한다.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치료 방법이지만, 장기간 복용 시에는 합병증으로 인한 과다 출혈의 위험이 있다.
정맥이나 동맥에 카테터(약물 주입을 위한 관)를 삽입해 약물을 투여하는 혈전용해 요법의 경우 침습적 방식인 만큼 혈관 파열의 위험이 존재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