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금융사 BNP파리바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전망했다.
BNP파리바는 20일 한국의 하반기를 전망한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매파’적인 금리 동결이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은의 금리 주기에서 인하의 시작을 지연할 수 있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연준의 일시적인 금리 인상 중단으로 고금리 기간이 연장되면서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연준은 지난 15일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00~5.25%로 동결했다. 앞서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 연속 FOMC 회의마다 단행됐던 금리 인상은 일시적으로 멈췄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 거의 모든 위원은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려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앞으로 0.25% 포인트씩 두 차례, 혹은 ‘빅스텝’(0.5% 포인트)으로 한 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연준의 긴축 사이클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받게 됐다. FOMC 구성원들의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는 5.50~6.00% 범위에 있다. 중간값은 5.6%. 지난 3월 5.1%보다 0.5% 포인트 상승했다.
BNP파리바는 연준 기준금리가 최대 5.75%까지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올해 말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3%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BNP파리바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기저효과에 따라 6~7월 2%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3% 이상으로 올라간 뒤 올해 말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이런 하반기 경제 전망에 따라 한은은 현행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내년 1분기부터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BNP파리바는 전망했다.
한은의 현행 기준금리는 3.50%다. 한은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조짐을 감지한 2021년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보다 늦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미 간 금리차는 최대 1.75% 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다.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가장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연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 신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호주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상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도 (금리 인상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BNP파리바는 올해 2분기부터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돼 연간 250억 달러의 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전세금 상환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완화해 상환 위험이 고착될 가능성은 적지만 주택 가격에 대한 추가 하방 압력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