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한 채 한계상황에 도달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탈동조화(decoupling·디커플링)·‘위험 축소(Derisking·디리스킹)’ 정책에 따른 세계 공급망 재편 흐름에 따라 대외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엄청난 실업율과 부채율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각종 경제통계와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봉쇄정책으로 성장을 멈췄던 중국 경제가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더욱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반등을 노리던 중국이 ‘벽’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저명한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싱가포르지부 루이제 루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 정권이 팬데믹 기간동안 행했던 봉쇄정책이 중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고, 봉쇄 해제 이후에도 이 위험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중국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와 대외 수출은 지난하 4분의 4분기를 기점을 급속하게 줄어들었으며, 물가가 급격히 하락하는데도 소비는 늘지 않아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거기다 20·30대 젊은 층은 5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일 정도로 실업률이 높은 상태다.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도 역대 최고를 기록해 금융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중국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건설 및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은 되레 급락해 경기부양 효과가 전혀 없는 지경이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생기지 않으니 건설사가 아파트 등을 건설해도 팔리지 않는데다, 이로 인해 새로운 주택 건설에 나서려는 건설사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형편이다.
정체상태인 중국 경제에서 단 하나의 긍정적 요소는 여행수지와 외식비 지출뿐이다. 그나마 이도 ‘코로나 봉쇄정책’이 이어졌던 2022년 전반기에 비해 늘어났다는 평가 정도다.
중국공산당 경제정책위원회 부주임을 지낸 옌얀린은 지난 17일 한 경제학 컨퍼런스에 참석해 “4·5월 기간 우리 경제는 예상치 못한 ‘중대한 변화’를 경험했다”면서 “이 변화는 당초 우리의 판단이 너무나도 낙관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리창 중국총리는 내각회의에서 “경제상황의 변화에 맞게 좀더 강력한 수단이 취해져야 한다”면서 “(봉쇄정책으로 정체됐던) 경제의 회복과 새로운 성장동력의 마련, 잘못된 경제구조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 정부와 중국공산당의 고위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효과적인’ 새 경기부양책 필요성을 애써 강조한 것이다.
중국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면서 이미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 기준금리 인하 등의 경기부양책을 썼다. 돈을 더 풀어 내수를 진작하고, 이자를 낮춰 부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중국 내 경제전문가들조차 이같은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의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돈을 쓰지 않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 주식과 채권을 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부채 금리를 낮춰도 은행권의 주택 담보 대출 비중은 줄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낮아진 금리의 혜택을 기존 빚을 갚는데 쓸 뿐 ‘새로운’ 돈을 빌려 아파트·빌딩·주택을 지으려 하지 않는다. 주택 과잉공급상태인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때부터 가격 급락 현상으로 허덕여 왔기 때문이다. 올들어 신규 주택 건설은 5월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포인트나 급감한 상태다.
프랑스 나티시스 투자은행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문과의 접촉에서 “정부가 현금을 마구 뿌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소비가 진작되진 않는다”며 “기존 가계부채도 갚기 힘든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이 상품 구매 같은데 돈을 쓸 여유를 부릴 순 없다”고 말했다.
중국정부가 가계부채율이 높은 상태에서 아무리 경기부양책으로 돈을 뿌린다 해도 국민 개개인이 소비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회복 방안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말이다.
중국은 가계부채 뿐 아니라 각종 국영·관영·민간 금융기관의 부채율도 심각한 상황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개발도상국에 엄청나게 뿌린 돈이 악성 부채로 되돌아 오고 있어서다.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책보다 일자리 창출이 훨씬 더 효과적이란 주장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발(發) 디커플링·디리스킹에 선진국들이 모두 동참,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 공장을 짓거나 기업을 확장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NYT는 “올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대비 18.2%나 감소했다”면서 “비단 나빠진 대외환경뿐 아니라 오래동안 진행돼온 ‘잘못된’ 국가의 경제 개입 악영향이 중국경제 전체를 장기 침체 국면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