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 힌남노, 아물지 않은 상처…포항 복구 언제 이뤄지나

입력 2023-06-20 14:56

“지난 여름 태풍이 몰아치던 그 날은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다. 지금은 모두 평온한 듯 보이지만, 아직도 제대로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걱정이다.”

18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한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은 지난해 9월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 힌남노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포항은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로 10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으며 1000여명이 넘는 이재민과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이 휩쓸고 간지 9개월이 지난 현재 겉으로는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이곳은 태풍 힌남노로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 7명이 숨졌다. 당시 엄마를 따라 갔던 15살 중학생이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날의 아픔은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듯 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계단 출입로와 차량 출입로에는 침수를 막기 위한 차수판과 차수 문이 이달 초 설치됐다. 길이 6.2m, 높이 1m의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제작된 차수벽은 유압작동식으로 내외부에서 버튼을 누르면 10~15초 만에 열리고 닫히게 설계됐다.
주민들은 “차수 문과 차수 판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 또 다시 큰 피해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냉천에 대한 복구공사가 시작돼 중장비가 여기저기 투입돼 응급복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곳곳에선 아직 태풍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냉천 둔치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와 흙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하천 경사면에 임시로 쌓은 흙 포대는 성벽처럼 둘러져 힌남노 당시 위력을 실감케했다.

힌남노로 침수피해를 입은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은 상습침수 피해지역으로 태풍 당시 대송면의 강우량은 453.0㎜를 기록했다. 태풍이 할퀴고 간 대송면 제내리는 인근 칠성천이 범람하면서 대부분 집이 물에 잠겼다. 골목 곳곳에는 아직 복구가 마무리되지 않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응급 복구는 끝났지만, 칠성천은 여전히 항구 복구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도 차량 통행이 폐쇄된 남성교를 중심으로 하천 정비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천 경사면은 유실을 막기 위해 임시로 쌓아둔 흙 포대가 눈에 띄었고 하천 바닥에는 부러진 나무 등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올해 다시 장마와 태풍이 온다면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신속하고 항구적인 복구를 바라고 있다. 재내리에 살고 있는 주민 박모(60)씨는 “마을 곳곳에 아직도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빈집이 많다”며 “공무원들은 만날때마다 빠른 시일내 복구를 마무리하겠다고 하는데 올 여름 장마전에 끝나기나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항시와 경북도는 지난달 말부터 지방하천에 대한 재해복구공사에 착수했다. 복구공사에 걸리는 시간은 2년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태풍으로 공장 전체가 침수·정전되면서 가동 중단이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겪었다.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포항제철소는 일찌감치 공장 가동을 정상화하고 침수를 막기 위해 최근 제철소 2~3문 1.9㎞ 구간에 2m 높이의 차수벽을 쌓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의 빠른 복구를 위해 발벗고 나선 직원들은 물론 민·관·군 등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며 “자연재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