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라도 찾아와, 누나”…환자 백명에 새삶주고 영면

입력 2023-06-20 12:37 수정 2023-06-20 14:10
뇌사 장기 기증으로 2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고 이선주(오른쪽)씨와 그의 어머니.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여성이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으로 100명이 넘는 이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2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선주(52)씨는 지난달 10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고려대 구로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고, 지난달 13일 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2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에게 새 희망을 선물했다.

가족은 의료진으로부터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이씨가 기계에 의존해 고통받는 것이 안타까워 기증을 결심했다. 이씨는 간장·폐장을 기증해 2명의 생명을 살렸고, 인체조직기증으로 기능적 장애가 있는 100여명의 환자의 재건과 기능 회복을 도왔다.

서울에서 1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씨는 힘든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않고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주변의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을 보람과 위안으로 삼았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음악이 삶의 일부였다. 20여년간 피아노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씨의 동생 선광씨는 “힘든 시절 함께 잘 보내줘서 고맙다”면서 “가끔이라도 내 꿈에 찾아와 달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누군가를 위해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으로 2명의 생명을 살리고, 100여명의 환자의 삶에 희망을 전해준 이씨와 유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생명나눔을 실천한 영웅적인 모습을 모두가 기억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