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요양병원 파업·운영포기…공공의료 잇단 악재

입력 2023-06-20 10:53 수정 2023-06-20 13:26

광주 시립요양병원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제1요양병원은 노사 갈등으로 파업 중이고 제2요양병원은 운영 주체가 10년 만에 재계약을 포기해 공공의료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20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립 제1요양병원, 정신병원 노동조합이 15일부터 호봉제 유지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전체 근로자 180여명 중 의사·간호사, 필수인원을 제외한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조리사 등 노조원 50여명이 임금체계 개편 반대와 팻말시위를 이유로 해고된 6명의 복직을 촉구하는 파업을 6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새로 병원 운영을 맡은 빛고을의료재단이 기존 단체협약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 파업 직후 요양병원 측은 요양병원 입원환자 200여명 중 30여명을 업무협약 중인 협력 병원으로 옮겼으나 정신병원은 전원 조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제1요양병원을 위탁 운영을 맡은 빛고을의료재단은 “인건비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며 임금체계 전환에 나섰다. 기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꾸는 게 골자다.

재단 측은 다른 지자체 공립·시립 병원의 50% 수준보다 수익금 대비 인건비 비중이 월등히 높다고 강조했다. 제1요양병원의 경우 전국 최상위인 80% 수준으로 재정난을 덜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즉각 파업 중인 노조원 근로복귀와 병원 출입을 통제하는 직장폐쇄로 대응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시립 제2요양병원도 위기에 놓였다. 위탁 운영기관을 2차례 공모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위탁 운영을 맡아온 전남대병원은 누적 적자를 이유로 계약이 만료되는 7월말 이후 2차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5월부터 향후 5년간 운영 주체가 될 위탁 기관을 공모했으나 단 1곳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2013년 덕남동에서 문을 연 제2요양병원은 부지 1만5천385㎡ 총면적 5359㎡, 지하 1층 지상 4층에 196병상을 갖추고 있다. 진료 과목은 신경과 외과 재활의학과 내과 등 4개 과다.

전남대병원은 5년 단위인 1차 재계약을 거쳐 개원 이후 운영을 도맡아 왔으나 만성적 재정난을 더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공모에 신청한 1곳의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6월말 적격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공공 의료기관 파업과 고질적 적자에도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고심 중이다. 민간 위탁 업체에 인건비나 운영비를 예산으로 지원해줄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시는 제1요양병원은 2018~2022년 5년간 28억원, 제2요양병원은 같은 기간 29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연평균 5~6억원 정도다.

하지만 낮은 의료수가 적용으로 2개 병원 모두 긴급상황에 대비한 일부를 제외한 전체 병상이 항상 포화상태에 이를 만큼 환자가 몰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제1요양병원은 파업 추세에 따라 중증환자 등에 대한 진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의 대책을 세우고 제2요양병원은 관련 조례에 따라 마땅한 새 운영 주체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