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이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에 대해 “대학교 3학년이나 돼야 풀 수 있을 만한 내용이고, 변호사조차 어려워하는 수준”이라며 재차 비판했다.
앞서 김 이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문항의 난이도 문제를 제기하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과 관련해 “이것은 학생들에게 장난치는 짓”이라며 분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김 이사장은 19일 오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20년도 수능 국어영역 킬러 문항을 거론하며 “공부 모임이 하나 있는데 모임의 어느 변호사가 수능 국어영역 문항을 올리면서 ‘이것 참 어렵다’해서 알게 됐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BIS 비율은 꽤 전문적인 용어로 보통 대학 3학년 때 화폐 금융이론에서 배운다”며 “경제, 재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3학년쯤 돼야 다룰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IS 비율을 알려면 자기자본이니 위험 가중 자산이니 이런 것들에 좀 익숙해져야 되고 그것도 바젤 1, 2, 3 협약에 따라서 조금씩 또 달라진다”며 “이것을 고등학교 졸업생 국어시험에 내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바젤 1, 2, 3은 금융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협약을 말한다.
김 이사장은 “우리 재무학회에서 ‘이건 정답이 없다’고 한 문제도 있었다. 언어영역 문제 중 ‘채권 투자에 관한 문제’로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재무학회에서 이 문제는 답이 없다고 했다”며 “정말 큰일”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한 건 계층 간 소유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데, 이런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 돈 많은 사람은 좋은 교육 받고 돈 없는 사람은 좋은 교육을 못 받는 것”이라며 교육에서부터 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킬러 문항이 없으면 ‘물수능’이 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도 만점짜리가 엄청 많이 나온다. 이걸 바탕으로 해서 대학들이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학생을 뽑는다”며 “미국식 SAT 그 방식을 생각하면 물수능이니 뭐니 하는 의미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가지고 변별을 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만들어내야 하고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며 해당 기관이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S 인터뷰에 앞서 김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2020학년도 수능 국어영역(홀수형) 40번 문제 ‘BIS 비율에 따른 위험가중치’를 묻는 문제를 소개했다. BIS 자기자본비율이란 BIS(국제결제은행)가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말한다. 은행의 재정 건전성이나 안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다.
김 이사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는 경제학적 지식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인데 국어 시험에서 풀어보라고 한다. 어안이 벙벙하다”며 “사설 학원의 일타 강사들 도움 없이 이런 고난도 수준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고교생이 있을까”라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