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유출’ 최근 1년 사이에만 3번…발표 앞두고 늘 새는 정부 자료

입력 2023-06-20 08:21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 결과가 발표 전날 새어 나왔다. 최근 1년 사이 발생한 세 번째 사전 유출 사태다. 지난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빈번하게 사전 유출의 표적이 됐다. 고질적인 유출에도 정부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경평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발생한 문건 유출에 대해 내부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발표 전날인 15일 오후부터 공공기관 직원 및 취재진 사이에서 이번 경평 내용을 담은 문서가 공공연하게 떠돌았기 때문이다. 최상대 기재부 차관은 경평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출 경위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향후 재발되지 않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문건 사전 유출은 최근 1년 사이에만 세 번이나 반복된 고질병이다. 지난해 6월에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엠바고 해제를 이틀 앞두고 개인 블로그에 게시됐다. 같은 해 세제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등의 주요 내용이 엠바고 해제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스란히 업로드됐다. 새 정부의 첫 경방·세제개편안·경평 등 이목을 모으는 발표마다 사전 유출이 벌어졌던 셈이다.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4월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가 통째로 온라인에 유출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최대 화제였던 부동산 대책이 발표 전부터 번번이 유출됐다. 2021년 발표된 2·4 공급대책은 엠바고 해제를 30여분 앞두고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원문이 고스란히 게재됐다. 2020년 6·17 부동산 대책 역시 발표 전부터 28페이지 분량의 문서가 그대로 관련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 등을 떠돌았다. 부동산 대책만 말썽인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세법개정안은 발표를 하루 앞두고 개인 블로그에 업로드됐다. 이때는 홍남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요청으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기재부는 언론을 대상으로 사전에 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유출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고 봤다. 이에 지난해 세제개편안 발표 때는 배포 문건에 각 언론사의 이름을 워터마크로 찍는 ‘유출 방지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엠바고 해제 당일 자료가 배포된 이번 경평의 경우 사전 브리핑 과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한 유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